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강성지 웰트 대표이사는 “한국은 디지털리터러시(디지털문해력)가 높고 정보기술(IT)이 발달했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본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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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트는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을 통해 2016년 스핀오프(분사)한 스타트업이다. 강성지 대표는 삼성전자 최초의 의사 출신 사원으로 2014년 그가 제안한 스마트벨트가 C랩에 선정된 것이 웰트의 시작이 됐다. 2021년에는 한독(002390)이 웰트의 지분 11%를 확보하며 전략적투자자(SI)가 됐다.
디지털치료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첫 발자국을 내딛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여개의 디지털치료제들이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첫 허가를 받은 약물 중독 치료앱 리셋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처방 중인 디지털치료제의 성적표는 성공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업계 선두주자인 페어테라퓨틱스가 허가받은 세 종류의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2021년의 총 처방건수는 1만4000건, 처방병원은 550곳에 불과하며 사용비율은 51% 수준이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페어테라퓨틱스가 이 분야 1호 기업으로 이 시장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진화’를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와 기성 의약품의 가장 큰 차이는 FDA 허가를 받은 후부터 나타난다”며 “기성 의약품은 한번 허가받아 시장에 출시되면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디지털치료제는 출시한 다음부터 본 게임이 시작된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문제있는 부분을 수정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보강하면 진화하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오히려 출시 후보다 (치료제로써의 효과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강 대표는 “한국은 ‘디지털’과 ‘치료제’를 모두 갖고 있다”며 디지털치료제야말로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어테라퓨틱스 같은 경우는 ‘치료제’로 승부를 내려고 했지만 디지털치료제는 ‘디지털’에 방점을 둬야 한다. 게임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챗GPT처럼 성능이 향상되듯 디지털치료제도 변화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며 “디지털치료제는 아예 다른 방식의 치료법이기에 전통적으로 신약개발 분야가 강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페어테라퓨틱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내 디지털치료제 기업들이 다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같이 가면 ‘리더’지만 혼자 가면 ‘왕따’”라며 “페어테라퓨틱스는 다른 회사들이 따라갈 수 있는 간격 이상으로 너무 앞서 나가 미국의 디지털치료제 시장 전체의 성장에는 독이 됐다”고 했다. 디지털치료제를 시장에 알리는 것은 물론, 수가 협상을 위한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도 여러 회사들이 함께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식약처 허가 후 다음 ‘진화’도 벌써부터 준비 중이다. 그는 “환자들의 앱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초단기 예측’이라는 방안을 앱에 적용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뒤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나 활동을 측정하는 센서, 환자들의 앱 접속시간 등 다양한 실생활 데이터를 통해 환자들이 필요한 시간에 필로우Rx를 통해 필요한치료법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