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할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SD바이오센서가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첫 자리를 예약했다. 렉키로나주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는
셀트리온(068270)과 렉라자정의 출시를 준비하는
유한양행(000100)도 유력 후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연매출 2조원을 기록하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유한양행이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한지 7년 만이다.
SD바이오센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체외진단기기를 개발·판매하는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6861억원으로 전년 730억원 대비 23배 급증했는데, 올해 1분기에만 매출 1조179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70%를 달성했다.
SD바이오센서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방식뿐 아니라 신속항원검사, 자가검사기기 방식까지 다양한 진단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60여개국에 진단기기를 수출 중으로 지난 1분기 기준 수출 매출 비중이 94%에 달한다. SD바이오센서는 “메르스, 사스, 인플루엔자 진단기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진단기기 개발에도 빠르게 착수해 대량 수출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이 반영돼 다음달 기업공개(IPO) 청약을 앞두고 공모가 희망밴드는 6만6만6000원~8만5000원에 설정됐다.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은 8조8133억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몸값보다 높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매출 감소 가능성은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진단기기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업계는 당분간 진단기기 판매 수요가 이어지며 매출 2조원 달성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올해는 코로나19 진단기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이미 변이 바이러스 진단기기 제품군을 구축해놓은 SD바이오센서의 매출은 견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늘어난 4570억원의 연결 기준 매출을 기록했다. 남은 3개 분기동안 1분기 수준의 매출을 낸다면 2조원에 다소 못 미치겠지만, 업계는 하반기 매출 증가를 고려하면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파키스탄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범아랍권 국가에 렉키로나 허가를 신청하는 등 글로벌 허가 절차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 공급 계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등 3대 주력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한편, 지난 2월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 유플라이마도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전망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이 사정권에 들었다. 유한양행은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3790억원을 냈다. 1분기 실적 기반으로 연간 매출을 추정해보면 1조 중반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의약품(ETC) 부문 실적 개선과 폐암 신약 렉라자정의 출시에 따라 실적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도입한 글리벡이 신규 매출을 내기 시작했고,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바,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등이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렉라자정은 하반기 시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레이저티닙 국내 출시 및 내년 미국 출시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며 현금흐름 또한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