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만난지 한달여 만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통일각을 방문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남측과 북측 지역 모두에서 북한 정상을 만난 첫 대통령이 됐습니다. 또 재임 중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통일각은 군사분계선(MDL) 상의 파란색 건물인 T1·T2·T3 회담장을 중심으로 서북쪽으로 약 15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북측 통일각과 남측 평화의 집은 100여m의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통일각은 1985년 준공된 지하 1층 지상 1층의 건물로 연건평 약 460평 정도의 크기입니다. 통일각이라는 이름은 준공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반해 남측 평화의 집의 경우 1989년 준공됐으며 지상 3층으로 연건평 약 990평 규모입니다.
통일각은 화강암으로 지어졌습니다. 26일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통일각 내부는 바닥과 벽, 천장까지 모두 대리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로비에는 삼지연에서 백두산을 바라본 수채화가 걸려 있습니다. 김현·천광혁·박광철·리길호·장정철 등 5명의 북측 신진 화가가 5일 동안 그린 그림으로 올해 2월 완성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사진은 정상회담이 열린 통일각 모습 [사진=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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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통일각과 남측 평화의집은 지난 1971년 8월 20일 남북적십자 접촉 이후 남북회담이 본격화 됨에 따라 관련 장소가 필요해 마련된 곳입니다. 당시 적십자접촉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간 첫 공식접촉으로 이 접촉에서 남북간 원활한 연락업무 수행을 위한 남북연락 사무소와 남북 직통전화 설치·운용을 합의한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측 자유의집과 북측 판문각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연락사무소를 연결하는 직통전화를 개설했습니다. 또 남북간에는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장관급 회담과 남북고위급회담 등이 평화의 집과 통일각을 오가며 열렸습니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과 군사실무회담도 대부분 평화의 집과 통일각에서 이뤄졌습니다.
지난 3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도 통일각에서 열린바 있습니다. 당시 북측 수석대표였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회담 장소였던 통일각을 설명하면서 “통일각처럼 우리 민족의 오늘과 내일을 반영한 건축물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민족의 최대 숙원인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뜻이 깊고 통일이 이룩된 다음에는 통일을 기념하는 뜻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번에 우리가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했고 오늘 또 통일각에서 회담한다”면서 “그래서 평화와 통일이 이렇게 연결되는 좋은 의미가 그 자체에서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도 통일각에서 이뤄진바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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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게 문재인 대통령 설명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이행과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요청을 해왔고, 또 남북의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 판단해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북간 만남이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에서 번갈아 열리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이번 통일각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회동은 첫 번째 정상회담에 이은 답방 성격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일회성에 그친 단순한 ‘쇼’가 아니라 연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도 적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얘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마따나 남북이 이렇게 만날 수 있어야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