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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조사) 통과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씨티그룹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마이클 코뱃 최고경영자(CEO)는 섣불리 성취감에 도취해 있지 않아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벌써부터 내년도 테스트에 대비해 담당 임원을 지정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샴페인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코뱃 CEO는 기쁜 속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테스트 통과 직후 “내년에 대해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한층 더 임직원들을 강하게 채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뱃 CEO는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된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우리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경계했다.
현재로서는 씨티그룹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대규모 파생상품 포지션이다. 지난 2009년에 32조달러였던 씨티은행의 파생상품 포지션은 지난해 3분기말에는 두 배 이상인 70조달러까지 늘어났다. 이는 65조달러인 JP모건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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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로메로-압실로스 씨티그룹 대변인은 “이같은 파생상품 포지션 증가는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여전히 위험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같은 투자로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손실 가능성도 커지는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같은 성과의 토대 위에 우리에 대해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며 곧바로 내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책임질 대표로 그룹내 은행 자회사인 씨티뱅크를 이끌고 있는 바바라 데소어 대표를 선임했다. 올해 테스트를 이끌었던 진 맥퀘이드는 올 하반기쯤 은퇴할 예정이다. 데소어 대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에서 35년간 일하다 지난 2013년에 씨티그룹으로 합류한 인물이다.
“작지만 강해져”…주가상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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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총자산은 980억달러로, 지난 2010년말의 4000억달러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고, 씨티그룹의 투자은행(IB) 부문은 더이상 은행 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실여신에 간여하지 않고 있고 자본 수준은 크게 높아졌고 잠재적인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 여력도 훨씬 더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으로 씨티그룹 투자은행 총자산은 1조600억달러로, 3년전인 2010년에 비해 12%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는 6% 줄었고, JP모건은 4%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한 씨티그룹은 지난해말 진출해있는 해외 시장들 가운데 11곳에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또 지난 분기에 27억달러를 추가로 충당금 적립에 나서 향후 법적 비용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도록 방어막도 쌓아뒀다.
이렇다보니 연준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씨티그룹 주가는 3%나 뛰었다. 은행주들이 줄줄이 하락한 가운데 유독 강세를 보인 셈이다. 씨티그룹 주가는 최근 한 달반만에 47달러에서 53달러로 13% 가까이 급상승했다. 샘 그래드 리얼머니닷컴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주주 이익 환원을 거부한 은행들을 주가로 징계했는데, 그런 점에서 씨티그룹 주가는 과도한 징계를 받고 있는 셈”이라며 특히 경쟁사인 BoA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는 장부가대비 주가가 향후 추가 랠리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