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7월 메릴린치는 엠트론의 기술력을 보고 1500만달러(약 139억원) 규모의 모회사인 디지탈퍼스트 전환사채(CB)를 사들였다. 당시 메릴린치는 엠트론에 직접 투자하기를 원했지만, 회사측에서 거절하면서 디지탈퍼스트의 전환사채 인수에 만족해야 했다.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만 투자를 제의한 게 아닙니다. 미국의 반도체회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렉사미디어가 투자를 제의했고, LSI로직도 투자를 제안했죠. 하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엠트론'이란 이름을 세계 반도체 업계에 남겨야죠."
'자본금 55억원의 벤처회사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하길래..'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차세대 저장장치 SSD 세계 최고 기술력 확보"
엠트론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는 SSD(Solid State Disk)다. SSD는 플래시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저장장치로, 컴퓨터에 남아있는 마지막 아날로그 장치인 기계식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신할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SSD의 읽기기능은 HDD에 비해 4배가 빠르고, 쓰기는 2~3배 가량 앞서 있다. IOPS(1초당 입출력처리량)은 HDD의 160배 많다. 또 충격, 진동 등에 약한 HDD와 달리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SSD는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다. 기계적인 구동이 없다보니 전력소모도 현저히 낮다.
그렇다면 엠트론의 기술력은 어떤 수준일까? 전 사장은 "현재 엠트론의 기술력은 어떤 업체와 비교해도 2~3년은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는 '가상이론이 적용된 병렬어레이' 방식을 적용해서 설계의 접근 방식부터 다르죠. 그래서 다른 업체들이 느끼는 속도개선의 한계가 상대적으로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BNP파리바의 조사에 따르면 엠트론의 SSD는 삼성전자, 샌디스크, 후지츠의 제품에 비해서도 월등하다. BNP파리바는 "엠트론이 개발한 SSD는 속도면에서 선발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단일 컨트롤러로 SLC 뿐 아니라 MLC 플래시 메모리를 동시에 지원하는 기능도 엠트론만이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
"내년 1분기에 2차 버전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2차 버전은 1차 버전에 비해서 속도가 더욱 개선됐습니다. 경쟁 업체들은 엄두도 못낼만한 속도죠.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1년간은 전세계 최고 기술력을 유지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지난해 매출액 46억원, 순이익 3억6000만원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던 엠트론은 9월부터 월 10만대 규모의 SSD를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원활한 플래시메모리를 조달받기 위해 삼성전자와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현재 엠트론의 수주잔고는 2000억원이다. 이달말까지 계산하면 3000억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올해는 매출액 1000억원, 순이익 320원이 예상되고, 내년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매출액 3500억~5000억원, 순이익 1000억~1500억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2~3년간 30~40%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플래시메모리 가격 떨어지는 2009년 신시장 열린다"
현재 기가바이트당 플래시메모리의 가격은 HDD에 비해 대략 10개 가량 높다.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준이지만, 아직 가격차이는 큰 편이다.
"솔직히 지금은 HDD에 비해 가격차이가 좀 있죠. 그래서 지금은 서버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SSD의 가격이 HDD에 비해 5배 수준으로 좁혀지고, 2009년이면 일반 소비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거대 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엠트론은 엠트론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디지탈퍼스트(046320)와 합병 작업을 진행중이다. 시장 확대를 대비해 규모를 더 키워야한다는 판단에서다. 합병은 이달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반도체 시장은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입니다. 엠트론이 비상장사로 이 사업을 하기에는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모회사인 디지탈퍼스트와 합병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디지탈퍼스트와의 경영권 협상 등이 모두 마무리됐고, 발표만 남았죠."
공대생 출신인 전 사장은 발명왕 에디슨을 좋아한다고 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견하고도 실제로 판매가 될 때까지는 사실 몇년이 걸렸어요. SSD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는 않았지만, 세계 컴퓨터 시장은 SSD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시간의 문제만 남은 거죠."
◇전형관 엠트론 대표이사 약력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오엔테크놀리지 영업 부사장
-Promise Technology 한국담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