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3일 집값 안정을 위한 유동성 축소 차원에서 1년미만 단기 예금 지급준비율을 현행 5%에서 10%로 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의 유동성 축소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준율 인상, 주식시장 영향 `미미`..일부 경계 목소리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콜금리 인상에 비해 지준율 인상이 주식시장의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특히 "최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은 대출을 통해 조달되기 보다는 꾸준히 유입되는 적립식 투자 자금"이라며 "은행들의 수신금리가 대폭 인상되지 않는 이상 주식시장 유입된 자금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중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의 기대 수익률 하락에 따라 올해 조정을 보였던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자금과 주식 자금은 성격이 다르다"며 "지준율 인상이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 연구원은 "부동산 자금의 장기적인 추세가 줄어든다면 주식 시장으로 넘어 올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이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기조적인 자금 흐름이 변하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선 지준율 인상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지준율 인상이 금리에 영향을 끼쳐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보다는 오히려 주식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화 긍정적..경제 전반 영향 의견 `분분`
증시전문가들은 한은의 지준율 인상이 부동산 경기 안정화엔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고유선 연구원은 "콜금리가 전체 경제와 자금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지준율 인상은 은행권의 대출, 특히 가계 대출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따라서 경제적 충격은 최소화 하면서 효과적으로 부동산 유입 자금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분별한 가계 대출이 이뤄지고 있던 은행권에 지준율 인상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용택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을 압박해 대출 규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작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또 "기존 투기하는 세력들은 어느 정도 자금여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은행주·건설주 영향 제한적
이번 지준율 인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은행주와 건설주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건설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주는 만큼 종목별 차별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원종혁 연구원은 "은행주의 경우 부동산과 관련해 좋은 영향은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준율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은행주에서 추세적인 이탈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다만 "은행주가 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이같은 상황을 연장시키는 또다른 이유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연구원은 건설주에 대해 "지난번에 나왔던 부동산 정책 이상의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부동산 정책은 대출 규제라는 측면에서 건설주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정부가 주택 공급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호재로 작용할 수 도 있다"며 "이에 따라 건설주는 개별 종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24분 현재 은행주들은 비교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004940)이 전일대비 1.17% 내린 것을 비롯해 부산은행(-1.70%), 대구은행(-1.26%), 국민은행(-0.54%) 등이 하락하고 있다.
건설주는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삼부토건이 4.72% 상승한데 이어 삼환기업(000360)(3.07%), 금호산업(2.29%) 등이 오름세다. 반면 벽산건설(002530)(-2.60%), 대우건설(-1.21%), 동부건설(005960)(-1.37%) 등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