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사진찍지 마세요”…LH·건설사 ‘수상한 영업기밀’

LH와 민간 건설사 ‘영업기밀’ 이유로 촬영금지
“자동차도 사진찍는데…수억원 집 대충 보라니”
“모델하우스와 실제 집 달라” 민원 제기 이어져
일부는 하자분쟁위원회까지 갔지만 기각되기도
  • 등록 2023-03-26 오후 4:36:09

    수정 2023-03-27 오전 7:55:21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내가 살 집인데 사진조차 못 찍나요. 모델하우스와 비교를 할 수 없으니 하자 분쟁이 길어지는 겁니다.”

최근 경기도 고양의 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아파트에서는 견본주택(모델하우스)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입주민의 민원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하자에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LH 아파트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LH는 입주예정자가 모델하우스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촬영 금지’하고 있어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섰다는 평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행복주택을 방문, 초소형 평형(20㎡ 이하)의 공실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26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공공주택 모델하우스와 실제 시공의 차이 관련, 민원 현황 및 사후 처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대표적으로 △고양향동 A-3BL △부산만덕 5주환지구 △시흥은계 B2BL △위례 A3-3a 등 7개 단지에서 모델하우스와 실제 주택 내부가 다르다는 민원이 발생했다.

먼저 고양향동 A-3BL은 발코니 마감이 다르다는 불만이, 인근 단지인 고양장항 A4BL에는 모델하우스와 저층부 마감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밖에 세종 4-2 생활권은 아트월 콘센트·보조주방 문턱·식탁 위치 등이 다르다는 민원이, 성남신흥2구역 정비사업은 기단부 석재마감 색이 다르다는 민원 등이 발생했다.

이들 민원 중 현재까지 LH가 받아들인 것은 2개에 불과하다. 모델하우스에 있는 콘센트가 실제로는 미시공된 시흥은계 B2BL 입주민의 민원은 하자분쟁위원회에서 기각돼 반영되지 않았다. 그간 하자 수리 미비 원인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모델하우스 촬영금지’ 조항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현재 모델하우스 전시와 운영이 ‘영업비밀’(노하우)이라며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LH는 “고객 편의를 위해 견본주택을 사이버 공간에 그대로 구현해서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DB)
민간건설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모델하우스를 열었던 GS건설(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롯데건설(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HDC·대우건설(올림픽파크포레온), SK에코플랜트(중랑 리버센 SK VIEW) 모두 공식적으로 모델하우스 촬영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아파트 설계도면이나 모형을 포함하는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시장에서는 자동차나 명품 옷도 구매 전에 촬영은 물론 실제 착용이나 시운전까지 하면서 구매하는 데 수억~수십억원하는 집을 대충보고 사라는 것은 명백한 건설사와 LH의 ‘갑질’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입주자의 하자 민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모델하우스 촬영을 전격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경준 의원은 “신발이나 옷만 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 전 촬영은 물론 실제 착용도 하면서 구매하는데 수억원짜리 집을 대충 보고 사라는 것은 공급자의 명백한 갑질”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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