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유명 웹툰 작가 겸 스트리머인 이말년(침착맨) 작가는 어느샌가 사실상 웹툰 작가로서 은퇴를 고했다. 지금은 9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유치한 유튜버 침착맨으로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만의 B급과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콘텐츠) 정서가 가득하고 특이한 그림체를 갖춘 웹툰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글을 쓰면 인공지능(AI) 기술로 웹툰을 뚝딱 하고 만들어주는 ‘투닝’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툰스퀘어’는 그런 이말년 작가의 그림체를 영원히 남기는 것은 물론,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이말년체’로 웹툰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한다.
툰스퀘어는 2017년 4월 삼성전자 C랩에서 시작된 사내벤처로 지난해 11월 독립해 이제 막 본격적인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현재는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오렌지플레닛에 입주해 지원을 받고있다. 이곳에서 툰스퀘어의 이호영(37) 대표와 유상원(27) 개발자를 만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고,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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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대표 “이말년 작가님의 그림체를 이곳에 등록해서 넣고 싶어요. 그분이 사실상 은퇴를 선언하셨잖아요. 작가님도 AI 웹툰의 존재를 알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방송에서 ‘요즘 글만 쓰면 웹툰 만들어준다고 하던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접촉할 기회를 만들어서 작가님의 그림체를 영원히 남길 수 있게 진행해보고 싶어요.”
투닝에는 현재 5~6명의 작가가 캐릭터, 배경, 소품 등 웹툰에 적용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과거 웹툰 작가 경력이 있는 이호영 대표도 직접 해당 콘텐츠 개발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선 유명 작가 또는 캐릭터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유상원 개발자 “저도 입사 후에 20대 친구들에게 투닝 서비스를 공유했었는데요. 왜 써야 하고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몰라서 반응이 떨어지더라고요. 당장 웹툰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SNS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그때는 관심이 더 커질 거라고 확신해요. 또 학교나 공공기관, 미디어 등 기업 입장에서 활용처가 더 다양한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호영 대표 “지금은 학교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전국 6000개 학교에서 전부 AI 교육이 화두인데요. 만화 독후감, PT, 일기는 물론이고요.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주제로 공익 웹툰 만들기 대회를 진행하신다든지 영어 선생님들은 영어 문장을 작성해서 웹툰을 만들어내게 하는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에서 투닝을 활용하면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AI 기술을 설명하기 간편하고, 학생들도 캐릭터와 웹툰으로 놀면서 배우는 데 흥미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툰스퀘어는 AI 교육 전용 소스를 만들고, 일종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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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원 개발자는 작가들이 만들어 낸 콘텐츠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 개발자의 합류 전 관리자 페이지에서 소스 파일 200~300개를 업로드할 때 1분이 넘게 걸렸는데, 지금은 10초 안으로 단축시키는 성과를 냈다.
유상원 개발자 “스스로 성장했고, 회사에 기여했다고 뿌듯한 생각이 들게 한 결과물이었어요. 기술 CTO와 기존 개발자들께서 A부터 Z까지 다 알려주셨어요. 어떤 회사는 던져놓고 ‘알아서 해’인 경우도 많거든요. 인턴이나 신입도 오시면 좋은 멘토들께 배워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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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원 개발자 “저는 비전공자이고, 이런 기술을 써본 적도 없는데 채용된 이후 벌써 적응해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을 잘 모른다고 회사에 지원하지 않기보다는, 공부하고 싶고 해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툰스퀘어가 딱 맞을 것 같아요. 스펙이 부족해도 배움의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을 회사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호영 대표 “고기를 구웠는데 배달할 분들이 없습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도 찾지만, 올해는 마케팅과 영업 부문에서 많은 분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와서 보시면 우리의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