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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 만이 아닙니다. 장롱이나 금고에 갖혀 빛 못 보는 돈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입니다. 경제가 더 나빠질까 걱정돼 현금을 집에 쌓아놓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등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데다 혹시 모를 감염 걱정에 현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줄면서 현금 유통도 급감했습니다.
화재 등으로 올해 손상화폐 더 늘어
올 상반기 한국은행이 폐기한 손상화폐(동전·지폐 포함)는 총 345만7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폐기한 345만2000장 대비 5000장(0.1%) 더 많습니다. 총 2조6923억원 규모입니다. 지폐(은행권)만 따로 분류했을 때는 총 330만4000장(2조6910억원)으로, 1만원권이 전체의 68.6%로 가장 많았고, 1000원권(25.9%), 5000원권(3.8%), 5만원권(1.7%)의 순으로 폐기됐습니다.
교환된 손상화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상반기 한은 화폐교환 창구를 통해 교환된 손상화폐는 총 2300만6000장으로(총 60억5000만원)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720만장(24억2000만원)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동전을 제외한 지폐 교환 장수는 총 9만4300장(25억2000만원)으로, 5만원권이 전체의 49.2%인 4만6400장에 달합니다. 이밖에 1만원권(27.1%), 1000원권(20.8%), 5000원권(2.8%)의 순입니다.
가뜩이나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과 가계의 돈 비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보관 부주의에 따른 화폐 손상 우려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들어 5만원권 유통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6월 5만원권 환수율은 26.9%로 지난해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5만원권 유통이 적다는 의미로, 경기불황을 우려해 집에 쌓아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은행처럼 돈을 보관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하려다 손상
그런데 올해는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세탁기에 돈을 세탁하는, 이른바 ‘돈 세탁’을 하는 이유입니다.
안산에 사는 엄모씨는 올해 가족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나서 받은 부의금을 정리하다보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걱정됐습니다. 혹여 지폐를 만지다 바이러스가 옮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그는 세탁을 하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세탁기 속에서 세제와 물에 이리저리 뒤섞인 뒤 헹궈내고 탈수까지 하고 난 지폐들은 조각조각 찢겨져 한 데 뭉쳐 있었습니다. 한은은 이틀에 걸쳐 돈을 분류한 끝에 207장은 전액으로, 503장은 반액만 교환해줬습니다. 이렇게 바꾼 돈은 총 2292만5000원 어치인데, 엄씨가 처음 얼마를 넣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균하기 위해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린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그만 지폐가 불에 타버렸습니다. 김씨는 이 지폐들을 들고 한은을 찾았는데요, 총 524만5000원을 교환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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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교환 창구에서는 손상된 동전이나 지폐 등을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절반 이상 찢겨져 나갈 정도로 손상됐어도 전부 교환받을 수 있을까요?
한은은 화재 등으로 지폐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남아있는 면적을 기준으로 새 돈으로 교환해준다는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가의 전액을,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인 경우는 반액만 교환해줍니다.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면적의 5분의 2 미만이면 무효 처리됩니다. 동전은 손상 등으로 통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액면가로 교환해줍니다. 다만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교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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