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번·17번째 확진자가 퇴원하며 남긴 말

  • 등록 2020-02-13 오전 8:48:55

    수정 2020-02-13 오전 10:31:0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제가 막상 겪어보니까 생각보다 그렇게 엄청 심각한 질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2일 퇴원한 17번째 확진 환자(37세 남성, 한국인)이 남긴 말이다.

그는 이날 오후 병원을 나서며 “우리나라처럼 초기에 잘 대응해서 치료를 받으면 쉽지는 않더라도 독한 독감의 느낌으로, 치료를 금방 끝내서 완쾌해서 퇴원할 수 있는 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머지 환자들도 병원에 다 계신데, 저와 같이 빨리 회복해서 다들 퇴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퇴원하는 17번째 확진자를 포옹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17번 환자는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손 편지 대신 메일로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17번째 확진자가) 그동안 명지병원에서 받은 보살핌과 친절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라고 했다. 많은 사연과 뒷이야기는 이 사태가 다 끝나면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떠나는 환자를 포옹했다. 환자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있지만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하면 안전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이제는 근거 없는 두려움과 회피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좀 더 정상적 생활로 복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한 고비가 넘어가는 거 같다”고 밝혔다.

17번째 확진자는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이후 콘퍼런스 참석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검사한 결과 이달 5일 확진돼 치료를 받아왔다.

특히 그는 대구의 본가와 처가를 들르며 가족 12명과 접촉했으나 전염 사례를 남기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대구역 CC(폐쇄회로)TV로 17번째 확진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확인했고, 가족들로부터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지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의 이 같은 행동이 확산을 막았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2일 퇴원한 17번째 확진 환자(37세 남성, 한국인)가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이왕준 이사장 페이스북)
이에 앞서 같은 날 3번째 확진자도 명지병원을 나섰다.

그는 퇴원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너무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3번째 확진자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달 20일 귀국한 뒤 5일간 서울 강남과 일산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2차·3차 감염을 일으켰다. 환자의 이런 행적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3번 환자가 많이 힘들어했고 불안과 스트레스 증상도 심해, 입원 뒤 정신과 협진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정신·심리 안정제도 투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먼저 보건소를 찾았고 여기서 검사를 받아 확진됐는데, 마치 숨긴 것처럼 오해받는 것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면서 “이런 사실은 공유하는 게 환자를 위해 좋은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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