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적자 늪…현대상선, 올 1분기 또 적자 전망

  • 등록 2019-05-09 오전 8:26:39

    수정 2019-05-09 오전 9:08:46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 해운 재건의 특명을 받은 현대상선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달 중순인 15일께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상선은 올 1분기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2015년 2분기 이후 무려 16분기 연속 적자 행진인 데다, 2011년 이래 9년째 영업 적자에 돌입하는 셈이다.

8일 해운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속되는 고유가와 더딘 운임 회복으로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까지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현대상선이 금융감독원에 낸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분기 기준 296.4%로 300%에 달한다. 전년(301.6%)과 2016년(362.31%)에 비해 각각 5%, 18%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부채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재무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1조원을 긴급 수혈 받았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채무비율은 여전히 높고,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업계는 초대형 선박이 인도되는 2020년 2·4분기 이전까지는 영업력을 확대할 뚜렷한 돌파구가 없어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 실적과 관련이 깊은 컨테이너 운임지수(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올 1월 948.6에서 3월 766.8로 19.17% 감소했다”며 “영업비용의 30%를 차지하는 연료비(싱가포르 벙커C유) 가격도 올라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5조2221억원, 영업손실 57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9% 늘었으나, 적자폭은 1697억원 확대됐다. 이 때문에 작년 말부터 추가 지원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경영실사 보고서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 화주들의 신뢰와 영업력 회복은 시급하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유창근 전 사장을 경질하고 배재훈 사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지만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2M’ 정식 멤버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WSJ는 지난달 해외 출장길에 오른 배재훈 사장의 유럽 데뷔전을 두고 “배 사장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느슨한 관계(loose relationship)이거나,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머스크와 MSC 선사가 속한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나 내년 3월이 계약 만료다. 2M과 재계약하거나, 다른 글로벌 선사와 동맹에 들어가야 한다.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들어오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대형 선박 확충을 통해 선대(船隊) 규모를 현재 4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에서 내년 70만TEU, 2021년 83만TEU, 2022년 110만TEU로 늘려 세계 8위 선사 지위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세계 7위인 대만의 에버그린(123만6686TEU), 6위인 일본 ONE(153만3239TEU)과 경쟁해볼만한 규모다.

배 사장은 경영 정상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친환경 컨테이너선 발주와 노선 합리화, 해운동맹 모색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배재훈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일부 노선 기항지를 변경하는가 하면 현장 중심의 본부·실·팀별 간담회를 지속하는 등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 초대형선이 인도되면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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