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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TF는 가업상속세와 증권거래세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4월말까지를 기한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TF는 2월26일과 3월 13일 2차례 회의를 열었다. 첫번째 회의에서는 TF의 활동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두번째 회의에서는 관계부처 담당자들에게 각 부처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13일 회의 후 이원욱 TF 단장은 “오늘은 각 부처의 입장을 듣기만 한 것으로 아무런 결론이 난 것이 없어 별로 할 말이 없다”며 “4월말까지가 기한인만큼 그때까지 논의해 결론을 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세금 인하 또는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8일만인 21일 기재부가 증권거래세 인하를 발표한 것이다. 21일 기자와 통화하거나 직접 만난 TF 소속 의원들은 입을 모아 세율 인하폭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A의원은 “오늘 세율 인하폭을 발표한다고요? 결정된 바 없는데”라며 “정부가 발표하면 그게 최종안이긴 한데 이렇게 서둘러 발표하는 것은 그런데”라고 의아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B의원은 ‘오늘 발표대로 결정이 된 것이냐’는 질문에 “앞으로 잘 다듬어 발표할 것”이라며 이번 기재부의 발표안이 최종안이 아니란 취지로 얘기했다. C의원은 “우리하고 논의 중인 사항을 왜 (정부가) 맘대로 발표하느냐”며 “이런 식이면 TF 위원 사표내야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당과 논의과정에 있던 정책을, 정부(기재부)가 논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관련 이데일리 기사가 나간 후 기재부와 민주당 측에서 같은 내용의 의견을 전달해 왔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김정우 기재위 간사는 인하폭에 대해서 기재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식 논의 창구에 있는 TF 위원들은 모르는데 정책위의장과 기재위 간사만 통보를 받았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자 기재부 관계자가 취재 과정에서 “민주당에도 사전에 개편안을 말씀드렸다”며 “당 전체는 아니었지만 관련된 분들께 미리 말씀을 드렸다”고 해명한 사실이 떠올랐다. 공식 논의 과정에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인사들 대신 관련이 있긴 하지만 공식 논의 과정에 있지 않은 인사들에게만 통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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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됐다. 우선 이 정책이 발표된 2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혁신 금융 비전선포식’이 있었다. 이날 발표된 몇 가지 정책 중 증권거래세 인하는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였다. 대통령 행사에 맞춰 논의가 끝나지 않은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한 민주당 정책위의장실 관계자는 “정책 방향에 대해 당정이 동의하고 논의 중에 있던 내용을 대통령 행사에 맞춰 발표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하폭에 대해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책 방향에 대해 당정이 협의를 해 왔으면 됐지 구체적인 인하폭에 대해서까지 당과 협의해야 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충분히 완성되지 못한 정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원래 증권시장과 민주당에서 추진하려던 정책은 증권거래세를 5년간 완전 폐지하고 거래로 인한 이익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손해를 보면서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를 개선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시중 유동자금의 부동산 시장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기업 투자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정책 목표가 있었다. 이번처럼 세금을 한번만 ‘찔끔’ 인하해 생색만 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같은 방안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용역을 통해 정책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기재부의 소극적 모습과,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여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증권거래세 폐지는 요원해 보인다.
이번 과정을 통해 여당은 “우리가 ‘패싱’당한 게 아니다”라고 항변할 게 아니라 보다 심도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당정 관계 정립을 고민해봐야 한다. 기재부 역시 이번 같은 ‘기습적’ 정책 발표가 합당한지 되돌아보길 권고한다. 또 청와대는 보다 세심하게 이런 과정을 조율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기업, 시장이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