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중화권 매체의 보도가 나오며 시 주석의 방북이 현실화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국면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트타임즈는 시 주석이 다음 달 9일 열리는 북한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방북이 현실화되면 중국 최고지도자로선 13년 만의 일이 된다. 지난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다. 시 주석 개인적으로도 2008년 국가 부주석에 취임한 직후 방북한 지 10년 만에 북한을 찾게 된다.
이미 시 주석의 방북을 둘러싼 다양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북한 여행사들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이달 1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단체관광을 중단하겠다고 중국 여행사에 통지했다. 관광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이 성수기에 단체관광을 중단하는 게 의아한 결정인 만큼, 시 주석의 방북을 준비한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미 중국 정부의 선발대 30여 명이 평양에 가 있다는 소문도 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지면 북·중은 2010년 이후 경색됐던 관계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혈맹’ 수준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을 계기로 핵개발에 속도를 냈고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참여하며 양국의 관계는 최악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올 들어 세 번이나 중국을 찾으며 양국 관계는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시 주석이 ‘답방’ 식으로 올해 중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은 향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더욱 강한 발언권과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미국에 남·북·미·중이 함께 하는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등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 역시 중국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질 경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더 생긴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될 것이라고 단정을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에 너무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가 ‘시진핑 배후론’을 몇 번이나 들고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중 무역협상 테이블이 석 달만에 조성되는 국면인 만큼, 중국이 굳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북한과의) 관계는 아주 좋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에 의해 약간 타격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은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만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두 번 더 중국을 방문하며 올해만 세 번이나 시 주석과 회동했다[출처=인민일보 웨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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