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 분량이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 본 추격전과 닮았다고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갑의 횡포와 워킹 푸어 문제를 빗댄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수많은 직장인의 분통을 터트리게 한 연말 정산 논란을 영리하게 풍자한 기획이었다. 출연진은 불공정계약을 맺은 후 일을 해도 해도 빚더미에 앉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했다.
‘무한도전’의 시도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다. 사회적 이슈도 시의적절하게 녹아내고 숨겨둔다. 앞서 ‘선택 2014’ 편은 정준하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매우 포지티브하게 눈물즙 배출’이라는 자막 등으로 2014년 ‘6·4 지방선거’ 후보의 몇몇 발언을 풍자했다. ‘컨트롤 타워’ 편에서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거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등의 대사로 청문회에 선 정치인을 비꼬았다.
‘무한도전’은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사회 풍자를 포함해 다채로운 장르의 특집 편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무인도 특집’ 같은 야외 버라이어티나 ‘의상한 형제’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 등 쫓고 쫓기는 추격 어드벤처는 ‘무한도전’의 전매특허다. ‘no 스트레스’, ‘도둑들’ 편처럼 멤버들의 두뇌게임을 매력적으로 그린 특집도 ‘무한도전’의 저력을 엿보이게 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강변북로, 자유로 등 가요제 특집과 매해 준비한 달력 특집은 ‘무한도전’의 역사와 함께 한다.
‘무한도전’이 방송 횟수를 거듭할 수록 새로운 신화를 써내는 비결은 하나다. 바로 ‘다름’에 관한 전략이다. K마트에 맞선 월마트나 MP3의 성공을 비틀어낸 애플 아이팟의 전략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은 다름에 관한 것(Competive Startegy is about being different)’이라는 말은 경영진뿐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게도 유효하다.
‘무한도전’의 위기 관리도 ‘다름’에서 나온다. 길과 노홍철이 음주운전 등 구설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려고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대다수 프로그램이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 자신의 단점을 메우려고 함에도 ‘무한도전’은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최근 ‘무한도전’이 1990년대 가수를 무대로 불러들여 ‘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선보인 게 바로 그 예다.
MBC ‘나는 가수다’가 시즌3에 접어들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 속 애완견 ‘산체’와 ‘밍키’를 의식한 듯한 MBC ‘일밤’의 ‘애니멀즈’가 야심차게 론칭했음에도 시원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천생연분’이 MBC에브리원에서 ‘리턴즈’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나온다. 남과 다르다는 ‘디퍼런트(Diferrent) 전략’,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차별화하는 가치 창조 전략을 ‘무한도전‘으로부터 배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