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전세계 주요 증시 대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에서 국채,금, 엔화 등 안전자산쪽으로 대거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엑소더스’로까지 표현되는 증시 대탈출이 벌어지면서 증시를 이탈한 자금들이 안전자산을 피난처로 삼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의 단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을 감안할 때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이동은 갈수록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대이동의 변화가 포착된 것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다. 코스피 지수는 이후 불과 6거래일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다우지수나 일본 및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이 기간 15% 안팎 폭락하는 등 전세계 증시 전체가 공포상황에 빠져있다.
어제(9일)코스피는 장중 180포인트 이상 빠지는 패닉상황에서 연기금 등의 개입으로 낙폭을 줄여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동안 무려 370포인트 정도가 빠져 시가총액 208조가 고스란히 날아갔다.
이처럼 허약한 증시의 체력에 놀란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뺀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있다. 대표적 피난처는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이다. 금값은 이미 온스당 177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거래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한 때 온스당 1774달러까지 올랐다. 2일 이후 이미 10% 가까운 급등세를 보인 셈이다.
금값과 함께 주목할 것은 미 국채 수익률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대비 24bp 내린 2.32%를 기록,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국채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채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주식시장 대폭락을 이끈 것이 미 신용등급 강등 이슈인데, 오히려 미 국채의 인기가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탈출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기에 급급한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3년 만기 한국 국고채 수익률 역시 꾸준히 하락(채권값 상승)추세다. 증시가 급락하기 직전인 1일 수익률은 3.90%였지만, 9일 장중 한 때 3.52%까지 내려앉았다.
세계 주요 화폐 중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스위스프랑의 가치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한 때 77.04엔까지 내려앉으며 엔화가치가 크게 올랐다. 스위스프랑 역시 달러당 0.7481을 기록,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값도 당분간 사상 최고치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QE3) 등 새로운 정책이 등장할 경우 자금 흐름의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추세지만, 자금이 계속 역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QE3 등이 언급될 경우 글로벌 자금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