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이후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남북한 사이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서울에서 예정됐던 외교장관 회담까지 갑작스레 뒤로 물리며 천안함 때처럼 오히려 북한 편들기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보이고 있다.
◇ 중국의 포커페이스..韓과는 `거리두기`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 사태 이후 중국 정부 외교부 대변인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발언을 통해 내놓은 입장은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이다. `한반도 평화`, `관련국의 자제`, `6자회담 재개`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포격사태를 `피장파장`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러시아를 순방 중인 원 총리는 "중국은 어떤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 국가의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포격이었고, 민간의 피해까지 야기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포격 주체에 대한 비난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중국 외교소식통은 "`어떤 군사적 도발행위`라는 표현에는 연평도 포격 직전 한국군이 실시한 포격훈련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며 "이는 북한 측의 `남한 선제공격`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 것인 동시에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서해상 한미 합동훈련에 대한 경계감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특히 중국은 당초 26~27일 예정됐던 양제츠(楊潔篪) 외교부장의 방한 일정을 이틀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연기했다. 이는 민감한 시기에 한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곤란해진 외교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한편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하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정부가 포커페이스를 지키고 있는 반면, 크고 작은 사안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해온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연평도 포격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복잡한 심경이나 태도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3일 포격일부터 현재까지 연평도 사태를 지켜보는 중국 언론의 시각은 `북한 선제공격`→`남북간 교전`→`남북 상호 선피격 주장`→`미 항모 서해훈련 우려`, `중 책임회피` 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애초 피격 당일에는 에는 한국 언론을 인용보도하며 한국측 피해상황을 전했지만 이튿날에는 연평도 피격 사건 이전에 한국군의 포격훈련, 북측의 사전경고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북아 지역의 정세에 대해 우려하는 톤으로 바뀌었다.
북경신보(北京晨報)는 "한국도 선포격을 인정했다"는 제목의 25일자 기사를 통해 익명의 한국군 관련 인사가 "북한의 경고가 있었지만 포격훈련을 했고 포탄은 쟁의해역내에 떨어졌을 뿐 해안에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이는 북한 인민군이 전날 보도한 내용과 같다고 설명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남북 포격은 동북아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이번 사태는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군사훈련 등 한국의 대북 외교 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실효적 제제` 열쇠 쥔 중국..이후 입장은
이번 사태에서 중국의 입장 표명이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북의 후견인을 자임하는 `유일한 혈맹` 중국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이 이번에는 중국이 분명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안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하는 것도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일원인 중국의 태도가 소극적이라면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또 각국이 무역·금융 제재 등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이미 북한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지원과 교역이 지속되는 이상 제재안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세습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첫 사태를 중국이 묵인할 경우 도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압박하지 않는 한 북한의 추가 군사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