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금리상승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30억~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시세변동이 거의 없다.
그러나 20억원대 이하의 고가주택 시장은 차츰 거품이 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 은행 빚을 내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은 세금과 이자 부담에 떠밀려 급매로 내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 시세 `꿋꿋` = 10일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의 대표격인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는 최근 강남권 주택가격 하락세에도 꾸준히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 N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간간히 매수 문의가 들어오지만 나오는 매물은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예년에 비해 1억~2억원 가량 싼 급매물이 드물게 나오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평년 시세를 유지하고 있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시세보다 10%이상 싼 물건이라면 사겠다는 수요자가 있지만 그만큼 가격을 낮춘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급매물이 거래되면 그 가격으로 시세가 낮아지는 재건축 아파트와는 성격이 다른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30억원을 웃도는 초고가 주택은 실제 거래가격을 살펴봐도 시장 침체의 영향을 찾기 어렵다. 지난 5월에는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95.3㎡(33층)가 2006년 실거래가신고제가 도입된 이래 가장 비싼 가격인 57억원에 거래됐다. 4월 거래된 타워팰리스 전용 244㎡도 48억7000만원으로 작년 최고가(49억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 삼성 아이파크, 대치 센트레빌, 도곡 타워팰리스의 주택 가격은 층과 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3.3㎡당 6000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초고가 주택과는 달리 재건축 추진단지를 비롯한 10억원대 안팎의 고가주택 시장은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강남 진입을 위해 장기투자 목적으로 대출 받아 매입한 경우나 증여·상속용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사례가 많다. 재건축 규제완화 등을 통해 사업추진이 가시화되지 않고, 시세도 계속 하락함에 따라 처분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42㎡형이 7억원 안팎, 49㎡형이 9억원선으로 올초보다 5000만~7000만원 가량 시세를 낮췄다. 급매물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라는 게 이 지역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이 단지내 K공인 관계자는 "저가 매물이 나오면 사겠다며 매입시점을 재던 이들도 일단은 지켜보겠다고 물러서는 경우가 많다"며 "하반기에 재건축 규제완화 방침이 나오지 않고 매물만 늘어나게 되면 추가로 5~10% 정도는 더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