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4부>(33)"해당국 경제에 기여해야"

김종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IB공동대표 기고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겠다는 의지갖고 진출해야"
"후발이라고 불리 안 해..선발주자 실수에서 배워라"
  • 등록 2007-12-10 오전 11:20:00

    수정 2007-12-10 오후 5:15:10

[이데일리 증권부] 이데일리는 그동안 `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 기획기사를 통해 증권사들이 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지부터 증권사 해외진출 전략은 무엇인지, 진출 현지 상황은 어떤지를 면밀하게 살펴왔다.

4부에서는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선진 투자은행들의 CEO로부터 `성공적인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들어보고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의 해외진출 지원계획을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 증권사 국제담당 본부장들과 해외진출 현장을 다녀온 기자들이 `해외진출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음은 김종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IB부문 공동대표(사진)가 한국 증권사의 해외진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고한 내용이다.


매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가 되면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 보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 기관의 저력과 은행부문의 건전성, 외환보유고 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바로 10년 전 이맘때에 아시아금융 위기가 불어닥쳐 한국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었다.
 
우리 경제가 그 당시 겪었던 엄청난 혼란을 되돌아보면, 국가는 자유시장 원리를 거부하기 보다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세계화되는 금융경제에 한국시장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이룩한 국내 금융환경의 변화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튼튼한 기반을 갖춘 국내 금융기관과 이들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향후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성장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실질적인 추진에는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필자는 새로운 시장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 외에도,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를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 금융기관들은 단순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외에 영업기반을 구축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나아가 현지 시장에 완전히 융화되어 현지 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기업과 기관들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각자의 길을 걸어가겠지만, 솔직히 쉬운 여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는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장기간 일하면서 기업들이 자국시장에서 기반을 구축하면서 한편으로 해외로의 영역확장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봐왔다.
 
중요한 점은 각 시장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를 살펴보자. 아시아권만 해도 단순히 하나의 지역으로 일반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 국가마다 고유의 문화, 규제환경 그리고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로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시장에서 얻은 교훈을 다른 시장에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각 시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도전과제가 제기된다는 점 만은 사실일 것이다.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공이라는 것이 서두른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한국기업이 세심한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다짐한 후에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가령, 필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지금은 낯선 이름은 아니지만, 30년 전 우리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회사였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요소는 ‘현명한 리스크(smart risk)’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 단기 경제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았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우수한 인력 육성, 교역시장 다변화, 서비스부문 강화, 대규모 기술투자 등을 계속 이어나갔다. 당시에 이러한 노력들이 장기적으로 가져올 결과를 일찍 인식한 기관들은 향후 성장을 예상하고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로 삼았다.

해외 진출에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필자가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다른 경쟁사들이 이미 오래전에 진출한 해외시장에 한국 금융기관들이 뒤늦게 진출하여 따르는 어려움들이다.
 
그런데 후발주자라고 해서 항상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선발주자들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또 성공요인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최대’를 목표로 하기 이전에 특정 니치(niche)마켓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새로 개척한 시장에 어떻게 가치와 혁신을 도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고려요소는 업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 및 현지시장 출신 사람을 모두 육성하는 것이다. 자국시장 출신 직원은 본사의 전문성과 회사의 문화를 현지시장에 가지고 오고, 현지출신 직원은 회사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새로 진출한 시장의 고유문화를 공유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자국과 현지인간의 균형만 잘 이루어지면 각자의 경험에서의 장점을 극대화되고 단일화된 업무환경이 조성되어 `글로벌 하면서도 동시에 현지기업의 면모를 가지고` 발전할 수 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의 니즈(needs)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것이다. 시장 리더라면 고객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들의 필요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골드만삭스의 영업활동 근간이 되는 첫번째 경영원칙은 다음과 같다: ‘언제나 고객의 이익이 우선이다. 경험에서 배웠듯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성공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동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날과 같이 세계화 경제에서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검증된 전략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조선,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서 보았듯이 한국의 기업들과 일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열정은 시장의 선두주자를 따라잡기에 충분하다. 또 나아가 그들을 앞지르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지위를 차지하는데 성공요인이 되어왔다.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다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한국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기관과 기업들이 금융 노하우를 해외로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요청으로 통화·금융정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으며,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는 캄보디아 및 라오스 중앙은행과 협정을 맺고 각각 2009년과 2010년까지 증권거래소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내 타 금융기관들이 태국과 베트남에 상장지수펀드(ETF)와 할부금융 상품 설계 및 운영에 대해 자문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골드만삭스는 한국 금융기업들과 보다 많은 대화를 통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세계 번영을 함께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수립, 선진시스템 도입, 다양한 인재 육성 노력 등을 통해 앞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자본시장, 그리고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반드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pansion Through Commitment

The end of the year often brings an opportunity for reflection. It is striking to think that precisely ten years ago, the Asian Financial Crisis was extracting its harsh toll on Korea’s economy, as today we almost take for granted the strength of our domestic institutions, the health of our banking sector, and the size of our external reserves. And considering that past turmoil, it is to the credit of Korea that we did not reject the concept of free markets, but rather sought to understand lessons from the crisis, strengthened our financial sector and better integrated our market into the ever-globalizing financial economy.

Now, with changes abreast in the local landscape to be spurred on by the Capital Market Consolidations Act, the rise of sturdy, domestic financial firms coupled with their strategic focus on expansion abroad have heightened the spotlight on the development of Korean financial industry. Yet while the need to search overseas for growth opportunities is straightforward, the actual execution can be much more difficult.

Moreover, in this light, I think it is important to consider not just how well a firm can move into a new market but how well it can last by contributing to the continued development of that economy. Do Korean financial firms have the ability not just to enter new markets, but to build their franchise, grow market share, and integrate within the foreign environment to become an entrenched, local presence?

Korean institutions will have to explore their own routes to those answers, and they are admittedly not easy. Personally speaking, in my career which has been spent with global investment firms, I have seen companies struggle to find the most appropriate ways to expand internationally while building a solid foundation in each local market. Essentially, every market is different. Take Asia for example. Although it is sometimes generalized as one region, each country has its own unique culture, regulatory environment and attitude towards the acceptance of foreign investment. This is not to say that the lessons learned in one market cannot be applied to another, but it does highlight the diverse set of challenges.

History shows success cannot be rushed. As such, my suggestion is that Korean firms should enter new markets after careful planning and with the commitment to see through institutional growth for the long haul. For example, though some today might be aware of the company I work for, Goldman Sachs, the firm was unfamiliar to many when we first began providing investment banking services to Korean corporations and institutions thirty years ago.

Another element to think about is not shying from taking smart risks. Some may recall that in the early 1990s, Korea’s short-term economic outlook was somewhat gloomy. However, the nation continued to develop an educated workforce, diversify its trade markets, enhance the service sector and make large investments in technology and infrastructure. At that time, those who recognized the longer term implications of these actions took the opportunity to branch into Seoul to meet that future growth.

One obstacle I often hear mentioned is that Korean financial firms are entering international markets long after many of their competitors. Being a late mover however is not necessarily a disadvantage. Korean institutions have the benefit of hindsight and can learn from the mistakes of others while incorporating their keys to success. Besides, before aiming to be the biggest, firms expanding overseas can aim to be the best in a particular niche, by playing to one’s strengths while focusing on how to add value and innovation to the markets they enter.

Another element to consider is cultivation of the right talent, both from the home country and locally. Home country employees bring institutional expertise and the firm’s culture, while local talent anchors the firm’s foundation and shares the new market’s intrinsic culture. In my experience, when balanced optimally, together, those people create a unifying work environment that maximizes the benefits of both experiences to help a firm be global and also local at the same time.

The final and perhaps most critical best practice I would highlight is the emphasis on clients needs. A market leader in any aspect is extremely tuned to its clients, and takes every effort to adapt its products and services according to what best serves the client. A chief business principle which guides the actions of my company is: “Our clients' interests always come first. Our experience shows that if we serve our clients well, our own success will follow.”

Again, I would like to underscore that my thoughts are cultivated from my own experiences, and not necessarily the way for Korean firms to venture abroad. There may, however, be tested strategies that all firms can employ in a globalizing economy. As Korean shipbuilding, semiconductor and automobile industries have demonstrated, this country’s enterprises, coupled with the dynamic Korean work ethic, have been historically successful in catching up to leap frog into and establish leadership positions in global markets. Korean financial firms need not be any different.

Today, leveraging their experience at home, we are already seeing Korean institutions and corporations exporting their financial know-how overseas. The Bank of Korea is supporting the central banks of Vietnam and Cambodia with monetary policy, the KRX is set to help establish exchanges in Laos (planned 2010) and Cambodia (planned for 2009) and domestic financial firms are advising around the establishment of Exchange-Traded Funds (ETFs) and consumer financing products in Thailand and Vietnam.

Along these lines, at Goldman Sachs, we welcome increased dialogue with Korean financial firms to share our experiences and examine the ways to achieve greater global prosperity together. Through appropriate long term focused strategic planning, the employment of best practices and a dedication to nurturing diverse talent, I firmly believe Korean financial institutions can take a leadership role in Korea, in Asian capital markets and beyond.

김종윤 골드만삭스 IB부문 공동대표

◇약력 
1989 암허스트대(Amherst College) 학사
1994 다트머스대(Dartmouth) MBA
1994~1996 메릴린치, 뉴욕 및 홍콩
1997~1998 CSFB, 홍콩 및 서울
1998~1999 살로먼 스미스바니 서울지점
2000~2003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기업금융부 상무
2003~2005 골드만삭스 홍콩지점 기업금융부 상무
2005~2007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한국 IB부문 전무
2007~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한국 IB부문 공동대표

* 협찬 :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하나대투증권, 키움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증권선물거래소, 한국증권업협회, 증권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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