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지도 하나 들고 떠나다(VOD)

세계 음악 페스티벌 여행
모차르트 고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가보니…
  • 등록 2007-08-23 오후 12:00:00

    수정 2007-08-23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 재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지만 가끔은 색다른 떨림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찬찬히 준비하고 떠나서, 꽉 찬 감동을 안고 돌아올 수 있다는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가봤습니다.

6~7개월 전에 티켓을 예약해야 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멋진 옷차림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 더욱 설렐 수 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까지 티켓 구할 방법이 막막해 그저 페스티벌 기간에 축제 도시를 찾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면, 이제는 인터넷의 도움으로 원하는 좌석의 실시간 예약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조금만 ‘넷품’을 팔면 최고의 공연을 현지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아직은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세계 유명 음악 페스티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한껏 차려입고 잘츠부르크 "대 축제 극장" 앞에서 오페라 관람을 기다리는 사람들

 
맑은 샴페인이 유리잔 안에서 톡톡 터지고 7유로(1유로=약 1270원)짜리 프로그램을 파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얼굴도 분홍빛으로 달아오른다. 붉은색 실크 드레스와 크리스털 핸드백으로 멋을 낸 60대 노파부터 난생 처음 까만 나비 넥타이를 맨 듯한 개구쟁이 초등학생까지, 극장 앞은 결혼식 같은 설렘으로 출렁인다. 영화 배우도 아니고 신랑 신부는 더더욱 아닌 사람들의 눈동자가 마치 ‘오늘은 나의 날’이라는 듯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이름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매년 8월, 음악가와 음악 팬들이 어우러지는 파티장으로 변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이라 ‘모차르트 마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페스티벌 기간엔 모든 작곡가의 음악을 차별하지 않고 선보인다.

8월 13일 공연은 사냥과 사냥꾼을 소재로 한 독일 작곡가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魔彈)의 사수(射手)’. 한국의 ‘심청전’만큼이나 독일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옛날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공연인데도, 무대는 그 어느 최신 뮤지컬보다도 현대적이다. 숲 속의 동그란 나무 과녁 대신 비디오 게임에 등장할 법한 십자 과녁이 설치됐고, 등장인물의 치렁치렁한 드레스는 알록달록한 캐주얼 복장과 야구 모자로 대체됐다.

합창곡 ‘사냥꾼의 노래’ 직전에는 악마인 자미엘이 영어로 “신사 숙녀 여러분, 그 유명한 ‘사냥꾼의 노래’를 감상하시죠”라고 조롱하듯 말한다. 사냥꾼들은 흰색 해군 복장 차림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귀고리를 한 자미엘의 두 부하가 흰 벽에 핏빛 페인트로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쓰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자 관객들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쏟아낸다.

고전음악의 도시이자 잔잔한 시골 마을인 잘츠부르크의 여름 페스티벌은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오페라 연출로 명성이 높다. 2002년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서는 모든 여성 출연자들이 속옷 차림으로 무대에 섰고, ‘마탄의 사수’에는 네 개 스크린으로 갈라진 비디오 아트가 선보이는 식이다.

오케스트라, 가수, 연출자 등이 저마다 쟁쟁해 저작권 문제가 복잡한 관계로 DVD로 만들어지거나 다시 공연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 오히려 페스티벌의 가치를 높인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서 선보인 22개 모차르트 오페라 중 단 두 개만이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고, 나머지는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최고의 오페라를 ‘지금, 이곳’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는 마음에 관객들은 마음이 한껏 더 부푼다.
 






음악가들도 최고의 기량을 뽐내긴 마찬가지다. 페스티벌 시즌이면 ‘대 축제 극장(Grosses Festspielhaus)’ 앞에 도이치 그라마폰, EMI 등 쟁쟁한 음반사들이 임시 사무실을 설치해두고 모든 공연을 관람한다. 잘츠부르크에서 보여준 실력에 따라 스타 음악가로 가는 발판인 음반 취입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음악 팬들은 그래서 같은 성악가나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도 잘츠부르크에서 들으면 유난히 감동이 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녁에 열리는 오페라 공연은 1등석의 경우 350~400유로 정도로 매우 비싸 한두 편 관람하기도 만만치 않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무국 기업 협찬 담당 수잔 하프씨는 “매일 밤 오페라를 보면 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지칠 가능성도 있다”며 “페스티벌 초보자라면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 그리고 모차르트 마티네(Matinee·가벼운 낮 공연)를 각각 하나씩 예약해 볼 것”을 권했다.

특히 모차르테움(모차르트 연구기관 겸 음악원)에서 열리는 마티네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악의 잔잔한 기쁨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그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티켓이 금세 매진된다”며 “11월에 프로그램이 나오므로 늦어도 12월까지는 예약을 마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페스티벌 기간 중 마을 곳곳에서 열리는 작고 풋풋한 콘서트도 ‘양념’ 격으로 즐기기 좋다. 16일 열리는 ‘성 피터 성당’의 마이클 하이든 박물관에서 열린 에버르하르트 슈타이거와 크리스티앙 바우슈테의 바이올린-함머플루겔(피아노의 전신) 공연. 100석 남짓한 객석은 오가다 들른 듯한 캐주얼 차림의 관객으로 꽉 찼다. 가격은 12유로로 저렴하다. 평범한 수준의 연주에 성당 종소리까지 공연을 방해하지만 관객들은 웃으며 즐거워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역은 기업 스폰서들이다. 돈을 대고 수백 장의 무료 티켓을 챙겨가는 국내 기업과 달리 이들은 페스티벌을 후원하면서도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티켓도 공짜로는 절대 받아가지 않는다. 하프씨는 “성악가들과 연출가, 무대 장치 등의 가격이 일주일 공연에 300만 유로에 육박한 정도로 올라가 입장권 수입과 정부 지원만으로 페스티벌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재 아우디, 네슬레 등 다섯 개 스폰서가 있으며 이들의 은근한 후원이 페스티벌의 명성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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