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 빠진 정부..주택대출규제 어찌하나

금융당국·은행 고심..다양한 예외규정 둘 듯
자영업자·사회초년생 DTI기준 상향조정도 검토
"실수요자 서민은 누구?" 논란도
  • 등록 2007-01-05 오전 11:20:47

    수정 2007-01-05 오전 11:20:47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실수요자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민주택 규모나 자영업자, 사회초년병 등 현금흐름 파악이 쉽지 않은 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외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수의 예외를 인정할 경우 제도 개선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 국민주택·1억원이하 대출 DTI 미적용

김성화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지난 4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 40% 기준은 현재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는 직접규제 방식인 만큼 너무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또 "여신심사 모범규준은 서민 등 실수요자들에 대한 부작용과 피해가 없도록 만들겠다"며 다양한 예외규정을 두거나 현재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채비율 400%·총부채상환비율(DTI) 40% 기준을 조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우선 1가구1주택 3억원이하의 국민주택(전용면적 25.7평이하)이나 대출금액 1억원이하의 경우 서민 실수요자로 분류돼 DTI 적용을 받지않을 전망이다.

김 국장은 "1가구1주택의 국민주택이나 1억원이하 대출의 경우 실거주 목적으로 대출규모도 크지 않아 상환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부실화 위험이 낮다"고 지적했다.

◇ 자영업자·사회초년생등 다양한 예외규정 마련

자영업자나 사회초년생, 은퇴생활자 등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다양한 보완책도 마련되고 있다. 채무상환능력을 단순히 근로소득으로만 파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주택가격 차이가 큰 점을 감안해 지역별로 기준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 국장은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자금은 DTI를 적용받지 않는 기업자금대출로 가능하며, 용도규명이 어렵더라도 거래은행을 통할 경우 적절한 규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HSBC은행처럼 세무서 등을 통해서 발급되는 공식적인 소득증명서 외에 매일매일 입금현황을 보고 일정비율을 소득으로 간주해 대출을 해 줄 수 있다. 자영업자의 유형별 `예상 소득기준`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월 소득을 연간 소득으로 환산하거나 단기간내에 직장을 옮길 경우 과거 직장에서 받은 소득을 현재 현금흐름으로 유추해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자영업자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아예 DTI 기준을 45~5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은퇴생활자들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산규모나 금융자산 입출금에 의해 소득을 파악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김 국장은 "부채비율 400%와 DTI 40%는 기본적인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이를 참고하되 우리나라의 집값 구조와 소득패턴, 각 지역의 특성 등을 감안해 실정에 맞게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 과연 실수요자 서민은 누구?

반면 다양한 예외규정을 두더라도 실수요자 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실수요 서민에 대한 개념정의가 분명치 않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다. 금감원은 일단 1가구1주택자로 3억원이하의 국민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거나 대출금액이 1억원이하인 경우를 제시하고 있지만 다분히 임의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워낙 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 실수요 서민들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며 정의를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은행의 경우 1가구1주택을 검증할 만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A은행 관계자은 "서민의 정의는 없으며, 실수요자 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특히 주택소유 여부가 공유되지 않아 다주택자라도 최초로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실수요자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도 "실수요자 서민에 대한 기준이 어려워 은행도 금융감독당국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수의 예외규정을 둘 경우 애초의 여신심사 제도개선 취지에 맞지 않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가 앞뒤 안가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죄다 서민계층으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충수에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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