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후 날벼락”…여가부 상담사 33명 해고장

10년 넘게 이어온 사업 하루아침에 사업 종료
여가부 자살·자해 청소년 전문가 전환 권고만
  • 등록 2023-10-03 오후 2:57:00

    수정 2023-10-03 오후 7:37:29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잼버리 사태 이후 날벼락 같은 일이 저희에게 생겼습니다.”

한 지방경찰청 내 117학교폭력 신고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 A씨는 3일 이데일리에 이같이 털어놨다.

117학교폭력 신고센터는 2012년에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경찰청이 합동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 예방을 위해 서울경찰청을 포함한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설치했다.

근무자는 학교폭력상담사, 청소년 지도사, 심리상담사 등의 자격을 보유한 청소년 전문 상담가들인데 이들 모두 소속이 다르다. 3명은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고 나머지 3명은 교육부 소속 상담사, 2명은 여성가족부 소속 상담사다. 제주(경찰청 3명+교육부 3명+여가부 1명)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선 총 8명이 4조 2교대로 주·야간 근무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여가부는 사업의 유사·중복성을 이유로 올해 23억원이던 예산을 내년엔 한 푼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여가부는 청소년 관련 사업 예산을 대폭 줄였고 이 사업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이 예산의 대부분이 전국에 있는 여가부 소속 상담사 33명의 인건비여서 결국 이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여가부의 직접고용이 아닌 하도급의 하도급 형태다. 여가부는 이들의 고용을 YWCA에 위탁했고 YWCA가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재위탁한 것이다. 예산삭감으로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여가부는 책임을 1%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여가부 측 상담사들은 누구에게도 계속 고용을 요구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무기계약직으로 11년째 근무해온 A씨는 “보수가 터무니없이 적었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가 생소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며 계속해왔다”면서 “청약에 당첨돼 입주를 2주 앞뒀는데, 이런 일이 생겨 눈앞이 캄캄하다. 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4조 2교대로 돌아가던 24시간 상담시스템도 여가부가 발을 빼며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경찰청과 교육부 인력 6명으로 4조 2교대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8월 관련 예산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7월에 관계부처와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담당자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4조 2교대 근무시스템 관련해선 교육부나 경찰청에서 방안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선을 그었다. 기존 상담사의 고용 승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존 사업이 12월에 종료되지만, 내년 1월부터 ‘위기청소년 집중심리클리닉’이라는 신규사업이 시행되는 만큼 이분들이 이쪽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은 자살·자해를 시도하는 고위기 청소년과 부모 등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117학교폭력 신고센터 상담사들이 맡아온 상담분야와는 크게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 등을 필요 로하거나 향후 요구될 수 있어 결국 여가부 117상담사의 근무 전환은 말뿐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여가부에서 의미있는 운영 사업이 정말 많다”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 정말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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