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가상자산 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가 청산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벤처금융 전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서다. 하루 새 비트코인은 7% 가까이 하락했고, 전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500억 달러(약 66조원)가 증발했다.
10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오전 8시30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6.3% 하락한 2만365달러를 기록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대표주자 이더리움은 6.5% 떨어져 1435달러에 거래 중이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9952억 달러에서 9천400억 달러로 5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SVB가 채권 판매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2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조달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급격하게 흔들렸다. SVB는 기술 기업과 주로 거래해 온 은행으로, 스타트업이 밴처캐피탈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예금과 자산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가상자산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의 청산 소식에 이미 가상자산 시장은 불안감이 커진 상태였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자발적으로 은행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산업과 규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버게이트는 은행 운영을 질서 있게 정리하고, 은행을 자발적으로 청산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버게이트는 가상자산을 달러로 환전해주는 ‘SEN’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과 밀접하게 움직여온 은행이다. 지난 2018년 상장을 신청할 당시 약 500개의 가상자산 기업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해 11월 주요 고객사였던 FTX와 그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파산하면서 재정적 손실을 입었고, 그에 따른 규제 당국의 조사에 직면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하락한 배경에 대해 “SVB는 가상자산 기업과 은행 간 접점이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실버게이트에 이어 SVB도 재무적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에서 두 사건을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