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징계를 받은 군인이 징계위원의 명단을 요구할 경우 공개 의무가 있을까.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소속으로 일했던 A씨는 2020년 8월 품위유지 의무위반을 이유로 근신 10일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A씨는 해당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자신의 징계를 결정한 징계위원들의 이름과 직위를 알려달라며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거부했다. 지난해 1월 징계위원 중 3명이 대령, 1명이 중령이라고만 공개했을 뿐 이름은 알리지 않았다. 개별 위원의 인적사항이 공개되면 위원들이 부담감을 느껴 자유로운 의사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 비공개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최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징계위원 기피권 행사를 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징계 대상자가 징계위 회의에 참석한 징계위원의 직위·계급 및 성명을 확인해 징계위가 적법하게 구성됐는지와 징계위원의 제척·기피사유 등을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론과정에서 국방부 측은 A씨에게 구두로 위원의 이름을 알려줬다는 점을 들며 소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로,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 받은 청구인은 행정소송을 통해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이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가능성에 불과해 구체적인 권리로서 정보공개청구권이 구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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