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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위치한 한 건설 인력사무소 담당자 A씨는 최근들어 일자리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 중 20대가 가장 많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30~50대 위주로 건설현장이 돌아갔는데 최근에는 건설현장을 찾는 20대 들이 크게 늘었나면서 20대 건설인력 비중이 커졌다고 했다. A씨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최악 고용성적표 속에서도 사회 초년생인 25~29세 청년 채용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수준이 낮고 고용안전성이 떨어지는 건설과 농림어업 취업이 늘었다. 도시지역에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자 건설현장이나 농어촌 일자리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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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통계청 미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사회초년생인 25~29세 청년들 중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5000명(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수가 1만9000명 증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취업이 늘어나면서 전체 일자리 증가를 이끈 셈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여타 연령 대비 악화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된 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1월 중 25~29세 청년들 중 제조업에 종사한 인원은 41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44만9000명)보다 오히려 8.2%(3만7000명)줄었다. 자동차 제조업, 전자부품업 등 제조업 분야 고용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으로 분류된다. 전체 제조업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3.7% 줄어든 데 그쳤다. 제조업 채용 감소 여파를 사회초년생인 25~29세가 가장 크게 겪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활황 등에 힘입어 고용 대란속 버팀목 역할을 해온 정보통신업의 경우에도, 25~29세 청년들도 많이 진출(+10.4%)하긴 했지만 전연령대 평균 증가율(11.9%)을 밑돌았다.
반면 25~29세 건설업 종사자는 급증했다. 1월 25~29세들 중 건설업 종사자 수는 11만명으로 집계돼 전년 동월(7만7000명)보다 무려 43.4% 늘었다. 같은 기간 전연령 건설업 종사자 수는 오히려 0.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청년들은 오히려 건설 현장에 대거 내몰렸다는 평가다.
건설업 중에서도 일용직 종사자가 지난해 1월 1만1000명에서 올해 1월 3만1000명으로 폭증했다. 증가율이 무려 190.5%에 달한다. 같은 기간 25~29세 건설업 상용직 종사자는 27.7% 늘고 임시 종사자는 9.6% 감소했다.
농림어업 분야로 눈을 돌린 청년들도 많아졌다. 1월 25~29세 농림어업 종사자는 1만4000명으로, 1년 전(1만1000명)보다 33.7% 증가했다. 전체 농림어업 종사자 증가율 10.9%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농림어업 분야로의 이동은 취업난 뿐 아니라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풍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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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도 청년에게 많이 돌아갔다. 25~29세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지난 1월 28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25만명)보다 15.7% 늘어났다. 전 연령에 걸친 증가율(+9.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대거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1월 25~29세 청년들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각각 10.8%, 10.5% 늘었다.
자영업 전체가 포화상태여서 기존 자영업자들도 버티지 못 하고 문을 닫고 있지만(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2.9%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0.3% 감소)심화한 취업난에 자영업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답은 뻔하다. 시장이 더 활력을 갖추고 투자가 촉진되도록 해야 일자리가 나온다”며 “전근대적인 규제가 있는지 살핀 뒤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