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앙숙' 엘리자베스 워런…2020년 美대선 출사표

지지자들에게 보낸 영상서 대선 출마 선언
소득 불평등 막고 중산층 되살리겠다는 의지 표명
민주당 대선 후보 레이스 본격 개막
  • 등록 2019-01-01 오전 10:48:53

    수정 2019-01-01 오전 10:48:53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리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가? 미국 중산층이 공격을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앙숙’으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낸 4분30초짜리 영상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상은 유튜브에도 게재됐다.

워런 의원은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억만장자들과 대기업들은 더 많은 파이를 얻기로 결정했다. 그리곤 정치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파이를) 더 크게 자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나라에선 열심히 일하면 규정에 따라 그만큼 놀 수(쉴 수) 있어야 한다. 당신 자신은 물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연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산층을 되살리고 소득불평등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평가했다. 실제로 워런 의원은 줄곧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인물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대부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대외 정책에 있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완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워런 의원은 미국 민주당 내 진보(좌파)세력을 주도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로스클 교수 출신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방의회가 설립한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매사추세츠 최초 여성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여성 차별 발언을 비난하며 설전을 벌이는 등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언 혈통을 주장하는 워런 의원을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CNN이 이번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원 지지율이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편 외신들은 워런 의원이 대선 레이스를 위한 모금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다른 ‘잠룡’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예상되는 라이벌은 총 12명에 달한다.

CNN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베토 오루크 하원의원 등의 순이다. 이외에도 커스틴 길리브랜드 뉴욕주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코리 부커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19년 1월까지 ‘레이스’를 결정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곧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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