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자금 유입에도 정체된 암호화폐…리플만 5%대 급등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가격 0.4% 하락중
이더리움은 23만원대 횡보…리플, 호재에 5%이상 올라
크립토펀드 펀딩 순조…SEC, 쉬운 ICO 가이드라인 마련
스위스 당국, 금융권 암호화폐 투자지침 첫 공개
  • 등록 2018-11-06 오전 8:24:46

    수정 2018-11-06 오전 8:26:37

월별 비트코인 선물의 변동성 추이 (그래픽=마켓워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정체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조정에도 크립토펀드들의 자금 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기관들의 투자 확대에 맞춰 스위스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소식 등 긍정적인 재료에도 눈치보기는 계속되고 있다.

6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4% 하락하며 719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1.4% 이상 올라 6430달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더리움도 1% 가까이 하락하며 23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리플은 MIT가 지원하는 송금 프로젝트인 센드프렌드(SendFriend)가 리플코인을 활용한 엑스래피드(xRapid)를 통해 국제 송금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뒤로 5% 가까이 급등하며 55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6450달러에 걸쳐 있는 50일 이동평균선에서 저항을 맞고 있다. 이 수준에 안착할 경우 6800달러까지 추가 반등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상대강도지수(RSI)는 50선을 웃돌면서 상승쪽에 다소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료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올들어 암호화폐시장 시가총액이 75% 가까이 급감했지만 크립토 헤지펀드들의 자금 조달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커런시그룹 자회사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3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자금 조달에 성공한데 이어 판테라캐피털도 7500만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또 비트코인 선물의 변동성이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거래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이 지난달에 6.6%의 평균 주간 변동률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선 9월은 10%가 넘었고 지난해 12월 이후 총 11개월간 전체 평균도 15.65% 수준이었다. CBOE에서 옵션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케빈 데이비트 선임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은 물론이고 선물 가격 역시 매우 좁은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이처럼 안정세를 보이고 있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6개월 간을 봐도 비트코인이 이머징 주가지수와 괴리되는 등 주식시장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행될 때 암호화폐가 증권(securities)으로 분류되는지를 보다 명확하고 알기 쉬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미국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 SEC에서 기업금융 및 디지털금융부문을 맡고 있는 윌리엄 힌먼 이사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핀테크 위크 컨퍼런스에서 “SEC는 보다 쉬운 표현으로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스타트업들이 발행하고자 하는 토큰이나 코인이 증권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등을 담을 것이라고 힌먼 이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은 증권에 해당될 경우 ICO 프로젝트를 사전에 등록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힌먼 이사는 올 6월에 SEC가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을 당시 책임자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한편 스위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투자를 원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에게 가능한 투자 한도와 그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 비율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할 때 현행 헤지펀드와 유사한 수준으로 위험가중치를 반영하도록 해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위스 금융당국인 금융시장감독청(FINMA)이 금융회사를 감사하는 공공단체인 엑스퍼트 스위스(EXPERTsuisse)에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이같은 금융회사들의 암호화폐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현지 매체인 스위스인포(Swissinfo.ch)가 보도했다. 엑스퍼트 스위스는 8000여명의 세무전문가와 신탁전문가, 감사관 등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800여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스위스 최대 감사·세금·신탁협회다. 다만 이는 아직까지 외부로 공식 발표되진 않은 만큼 수정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서한에서 FINMA는 금융회사들이 암호화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손실과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자본확충여력 산정 기준 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암호화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자산에 대해 시장과 크레딧 리스크를 감안해 투자액의 800%에 이르는 위험가중치를 반영해야 한다. 만약 현재 6000달러인 비트코인을 1개 매입했을 경우 해당 금융회사는 장부상에 이를 4만8000달러로 전제해 그에 해당하는 적정자본을 쌓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투자한 암호화폐 종류나 투자한 자금의 성격 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이는 헤지펀드 수준과 맞먹는 것으로, 그 만큼 FINMA가 암호화폐 변동성을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히고 있다. 아울러 FINMA는 암호화폐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 한도 역시 매수나 매도 포지션에 관계없이 은행 총자산의 4%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이 한도를 일시적으로 넘었을 경우 당국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암호화폐에 초점을 맞춘 소위 크립토 뱅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팔콘프라이빗뱅크와 마에르키바우만 등 기존 프라이빗 뱅크가 암호화폐 기업들을 상대로 뱅킹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SEBA크립토와 같이 크립토 전문뱅크가 신설되기도 했다. SEBA크립토를 이끌고 있는 귀도 뷜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FINMA 가이드라인은 일부 전통 은행들에게 영향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제한적 영향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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