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마천루·skyscraper)이 세계 곳곳에 들어서면서 건물 내 엘레베이터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 빠른 속도와 새로운 기능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엘레베이터 제조업체들이 건물에 진입하기 위해 혈투 중이다.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 자사 엘레베이터가 운행되면 그 홍보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조차 없을만큼 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더 높은 마천루가 세워질수록 더 빠른 엘레베이터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엘레베이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속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레베이터는 타이페이101 건물에 들어간 도시바 제품으로 1초에 16.8미터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록은 2년 안에 2배로 빨라질 전망이다. 도시바 경쟁업체 미쓰비시는 내년 완공 예정인 중국의 121층 상하이타워에 초속 18m 엘레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고 1년 후인 2016년에 히타치가 광저우 CTF금융센터에 초속 20m엘레베이터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초속 20m면 95층까지 가는데 단 43초밖에 안걸린다. 즉,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고 ‘땡’하는 순간 100층에 도달해있는 그야말로 ‘슈퍼 엘레베이터’인 것이다.
히타치는 “파워풀한 모터와 제어장치를 탑재한 초고속 엘레베이터는 빠를뿐 아니라 소음과 진동도 줄이고 승객 귀가 멍멍해지지 않도록 편안한 승차감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더 높이 갈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핀란드 제조사 콘은 지난해 ‘울트라로프’라는 새로운 탄소섬유케이블을 개발했다. 이 케이블을 이용하면 이동높이를 기존의 2배까지 올릴 수 있고, 1000미터 이상 건물도 거뜬히 이동 가능하다. 9년에 거쳐 개발된 이 케이블은 기존에 쓰이던 스틸 소재 케이블보다 7배나 가볍고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2019년 사우디 제다에 완공 예정인 1킬로미터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킹덤타워에 이 케이블을 이용한 엘레베이터가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신기술을 앞세운 엘레베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올레오사가 개발한 초스피드 버퍼는 긴급상황시 멈출 수 있게 했고 독일 티센크루푸는 1개 승강로에 2대 엘레베이터를 운행하는 ‘쌍둥이 엘레베이터’를 내달 출시한다. 나아가 앞으로는 승강기를 연결하는 케이블(rope) 없이 수평과 수직방향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꿈의 엘레베이터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알버트 쏘 엘레베이터 전문가는 “이러한 기술이 머잖아 나올 것”이라며 “케이블 없이 운행하는 엘레베이터에 쓰이는 ‘리니어모터’는 이미 20년 전에 개발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