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지 않아도 환호받는다, 그것이 인생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달리면서 얻은 깨달음
지지 않는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 등록 2012-08-06 오전 10:42:40

    수정 2012-08-06 오전 10:42:40

소설가 김연수(사진=마음의숲)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왜 항상 돌아보면 삶은 그제야 그 의미를 가르쳐주는 것일까.”

소설가 김연수(42)가 새로 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298쪽, 마음의숲)에서 묻는다. 누구나 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하지만 깨달음의 과정은 조금 다르다. ‘달리기’를 통해서다. 소문난 달리기 애호가인 작가는 달리며 얻은 인생의 뜻을 이 세 번째 산문집에서 털어놓는다.

작가를 달리게 한 건 백수생활이었다. “스물여섯 살에 백수의 서글픔을 달래고자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동기가 그랬듯 과정도 내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아픔은 뜻밖의 선물을 주었다. 달리기를 통해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소설을 쓰는 고통 정도는 웃으면서 이겨낼 수 있게 된 것. 덕분에 ‘원더보이’ ‘세계의 끝 여자친구’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등 올해만 벌써 3권의 소설을 냈다.

산문집에선 대단한 삶의 진리를 설파하진 않는다. “다만 고통이나 기쁨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 김정흠 박사가 우주왕복선을 탈 거라고 말했던 21세기에 여전히 윗몸일으키기나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거나 10년 전에는 입지 못하던 타이즈를 뻔뻔하게 입고 달리는 아저씨가 된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초등학교 친구와 ‘보석바’를 사먹으며 추억이란 함께하는 것임을 깨닫기도 한다.

달리기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맹목적 예찬론을 펴지 않는다. 오히려 ‘고문’이라 표현한다. 편안하려는 몸의 관성, 매번 돌아오는 혹독한 겨울과 여름 날씨, 마흔을 넘자 찾아온 족저근막염 등 수많은 것들과 싸워가며 때론 지고 때론 이기는 과정을 고백한다. 달리기가 남긴 가장 큰 깨달음은 제목에 담겨 있다. 그는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었다”며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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