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붐으로 널리 알려진 베트남 호치민시(市). 면적이 대한민국(남한)의 3배가 넘는 베트남의 경제 심장이 바로 여기다. 호치민 거주인구는 1000만명이 넘는다.
시내 전경을 살펴보기 위해 한 고층건물 옥상에 올랐다. 밝게 내려쬐는 햇살이 타는듯 따갑다. 5분만에 살갗이 붉게 상기될 정도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호치민시는 그야말로 성장중인 생물(生物)처럼 느껴졌다. 도시 곳곳에 녹색 안전망을 차려 입고 완공을 기다리는 건물들이 즐비했다.
부쩍 크고 있는 베트남 경제. 이 미완의 시장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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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이제는 현지화 나설 때"
전문가들은 우리 금융회사들이 베트남 현지 금융회사로 자연스레 동화(同化)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꼽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는 신한금융(055550)지주 계열 신한은행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호치민 지점을 이달 단독 현지법인(자본금 9400만달러)으로 격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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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신한은행 호치민 현지법인장은 신설영업점에서 기자와 만나 "현지법인 인가를 받은 곳은 신한은행이 국내 금융사중 처음"이라며 "외국은행 중 단독 현지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말레이시아 홍련은행, 안쯔(ANZ)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현지 문화와 정서를 이해해 진정한 현지 금융회사처럼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수한 현지 인력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현지사회와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금융시장을 성장가능성이 큰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인구가 8000만명에 달하고 인구중 30대 이하 인구가 60%이상이어서 향후 금융수요도 크게 늘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평균 1000달러, 도심지는 3000달러 수준에 그쳐 앞으로 개인금융은 물론 사회간접자본 금융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호치민 법인을 한국 관련 기업금융과 현지인 상대 프라이빗뱅킹(PB) 전문 은행으로, 기존 신한비나은행(합작법인)은 베트남 중소기업금융 전문 은행으로 키울 방침이다.
일각에선 베트남의 높은 경제성장세가 주춤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박 법인장은 "법령 리스크와 부동산리스크, 물가리스크 등이 상존하지만 국민성이 근면하고 교육열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정부가 낙후된 금융산업으로는 경제발전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총 GDP의 3% 수준인 금융산업 규모를 GDP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한생명, 베트남에 올인하다
다음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던 중 `갤러리아 백화점`이라고 씌여진 버스가 지나쳐 간다. 반가운 마음에 시선을 옮겨 본다.
베트남은 한국 중고 버스를 수입해 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 중고 버스의 외양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쓴다는 것.
호치민시 중심가에 자리한 피데코 타워에 도착했다. 대한생명이 약 210평 규모로 입주해있는 건물이다.
현정섭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장은 호치민 시내 본점에서 기자와 만나 "2005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설한 지 3년3개월만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며 "선진 보험사들이 현지영업 개시까지 5년여가 걸린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대인영업이 강조되는 생명보험산업 특성상 처음부터 한국 기업에 기대지 않았다. 철저히 베트남 현지인을 주된 영업대상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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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법인장은 "본사 직원 3명을 제외하고 최고영업관리자, 재무관리자 및 선임계리사, 영업관리자 등 현지인만 60여명 넘게 정직원으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 베트남 현지법인은 300여명의 보험설계사 조직도 갖고 있다
대한생명은 철저한 현지화없이는 베트남 보험시장에서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은 연간소득 2100달러 이상 가구를 타깃 고객으로 교육보험과 양로보험을 주력상품으로 팔고 있다.
현 법인장은 "빠르면 내년중 유니버셜보험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호치민시와 하노이시 가구소득 상위 20% 고객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베트남 보험산업은 매년 10%이상 고성장하고 있다"며 "영국 프루덴셜과 베트남 현지보험사가 막강하지만 현지화에 탄력이 붙으면 겨뤄볼만 하다"고 말했다.
◇ 베트남 금융시장 수준은?
베트남 은행산업은 아직 발전 초기단계다.
은행 형태별로 보면 국영은행이 4개, 정책은행이 2개, 민영상업은행 34개가 있다. 외국계은행 지점은 총 35개까지 포함하면 총 82개 은행이 경쟁중이다.
베트남 정부는 1990년 은행법을 제정, 시행하면서 금융제도 개혁을 시작했다. 1991년에는 민영 상업은행이, 1992년에는 외국계 은행 지점개설이 허용됐다.
베트남 정부는 2007년부터 100% 출자 외국계은행 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등 은행산업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10년 1월까지 자국통화인 동화 표시 예금 규제를 모두 철폐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은행산업을 키우기 위해 상업은행이나 합작은행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법정자본금을 1조동(약 6200만달러)으로, 2010년말까지는 3조동(약 1억8700만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보험산업 역시 아직 초기단계로 발전가능성은 크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생명보험시장은 지난해 전년대비 12%이상의 매출(수입보험료)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계 프루덴셜생명은 베트남 생보시장의 절대강자다. 시장점유율이 41%를 넘는다. 다음으로 국영생보사인 Bao Viet이 3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 생보시장이 앞으로 종신보험 등을 중심으로 연평균 10% 내외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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