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머랠리)`심리적 저항선` 사라졌다

S&P500 작년 11월이후 1천선 첫돌파
경기회복 기대감 + 실적 호조 `상승작용`
3월이후 50%상승 `부담`↔"리먼前 수준 회복안됐다"
  • 등록 2009-08-04 오전 10:26:41

    수정 2009-08-04 오후 2:20:14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뉴욕 증시가 파워풀한 서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인상적인 랠리의 뒤를 이어 8월의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0선을 넘어서며 중요한 기술적, 그리고 심리적 저항선을 뛰어 넘어버렸다.

점점 커지고 있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예상보다 좋은 기업들의 실적 같은 펀더멘털 개선이 랠리의 근본 동력임엔 틀림없다. 이에따라 투자자들 사이엔 확신이 굳어지고, 공포는 사라지는 모습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내리는 등 전형적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뒷걸음질쳤다.

다만 이머징 마켓은 먼저 금융위기를 일파만파 번지게 했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으로 복귀했지만, 아직 뉴욕 증시는 `리먼 이전`까지의 길이 조금 더 남았다. 다음 질문은 물론 랠리의 지속 여부, 그리고 이를 위한 조건들은 무엇인지가 될 것이다.

◇ "서머랠리의 두 번째 구간 개시"

지난 달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8.6% 오르며 2002년 10월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1989년 이후 `최고의 7월`이기도 했다. S&P500 지수는 7.4% 올라 1988년 이후 `최고의 7월`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도 7.8% 상승, 1997년 이후 7월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달이었다.  
▲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S&P500 지수 추이

지난 3월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뉴욕 증시는 무섭게 올랐다. 3월9일부터 7월12일까지 S&P500 지수는 40%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4주간은 가쁜 숨을 골랐다. 시장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오른 것에 대한 두려움에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업 실적 발표가 개시되면서 시장은 다시 올랐다. 예상보다 나은 실적은 확실히 호재였다.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들떠 있다.
 
VSR 파이낸셜 서비시스의 마이크 스탠필드 수석 투자가는 "7월에 이은 상승은 봄에 시작된 랠리의 두 번째 구간이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 낙관적인 견해.."경기와 발맞추는 랠리"

3일 랠리의 공신은 제조업 경기가 풀리고 있음을 보여준 공급관리자협회(ISM) 7월 제조업 지수, 그리고 예상밖으로 증가세를 보여준 6월 건설지출 등 경제 지표 호전이었다. 여기에 중고차 현금보상제도라는 일시적인 도움이 있긴 했지만 자동차 업계의 판매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확인된 점도 호재였다.

지난 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곧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터라 효과는 더 좋았다. 
 

기업 실적도 좋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기업 가운데 3분의 2가 실적을 발표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9.5% 감소했지만 74%는 예상보다 나은 성적을 내놓았다.
 
그동안 평균적으로 61% 가량의 기업이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상황은 좋다. 가뜩이나 고전하던 은행들의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 6월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고,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전일 영국 은행들(바클레이즈, HSBC)에 이르기까지 은행들의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오르는 상품 가격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이다. 
 
◇ 비관적인 견해.. 고용·소비 `발목` + 실적 `착시`
 
반면 경기 회복에 대한 비관론을 펴는 쪽에선 같은 현상을 다른 기준으로 해석한다. 
 
먼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자릿수 돌파를 앞둔 실업률 때문에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 소비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역시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비용절감에 따른 것이었지 `팽창` 국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이 지속되면 실업률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최악의 상황을 빠져나와 도약하고 있는 듯한 은행들 역시 신용위기에 크게 데인터라 여전히 대출을 꺼리고 있어 사실 소비할 돈도 돌지 않는다 .2분기 은행권 대출은 2.8%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다시 하강하는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여전하다.
 
◇ `과매수 우려`
 
일부에선 과매수 우려도 제기된다. 3월 기록한 12년래 최저치로부터 치면 S&P500 지수 상승률은 50%에 달한다. 쉬어갈 타이밍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힌즈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폴 놀테 디렉터는 "주식 시장의 휴식은 지연돼 있다"며 "시장이 결국 숨고르기를 하기까지 당분간은 이런 과매수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마크 파도 스트래티지스트는 이 시점이 8월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관투자가(II) 잡지 선정 최고 기술적 분석가로 꼽힌 ISI그룹의 제프리 드가프 수석 매니징 디렉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S&P500 지수의 급한 상승이 강세장 신호는 아니며 수 년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뉴욕 증시가 일본 증시 닛케이225 지수가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보였던 양상을 되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최고 10%씩 상승한 분기가 5번 연속되기도 했지만 지수는 40% 하락했다.  
 
그는 "시장은 아마도 1000선 근방의 제한된 범위에서 상승하고 700까지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리먼 이전 복귀하려면 25% 남아.. 추가 상승 가능할까
 
하지만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랠리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RDM 파이낸셜에 다르면 1945년 이후 8월은 뉴욕 증시에 있어 전형적으로 `오르는 달`이었다. 아주 많이 오른 것은 아니라 평균 0.4% 올라 12개월 가운데 10위를 차지하는 정도. 그러나 경기가 반등하고 있으면 오름폭은 더 컸다.
 
만약 3월을 약세장의 저점으로 본다면 어떨까. 1932년 이후 약세장 저점을 친 14번의 경우 S&P500 지수는 8월에 14번 가운데 10번 올랐고, 평균 상승률은 1.2%였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상승쪽에 베팅해 봄직한 상황이라는 것이 RDM 파이낸셜의 견해다.

경기가 속도야 어쨌든 회복을 추세화한다면 증시 역시 어쨌든 상승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럴 경우 뉴욕 증시는 사실 리먼 파산 이전(지난해 9월12일) 수준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아직 25% 더 올라야 한다. 23개 선진국 증시를 좇는 모간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는 17% 남았다.
 
다시 갑작스러운 하강 국면을 맞지 않는다면 더 오를 여지는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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