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전격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안은 금융 시장 안정엔 즉각적인 효과를 갖고 왔다. 이후 열린 아시아 증시는 환호했고, 뉴욕 증시 역시 랠리를 펼쳤다.
모기지 금리가 내리는 등 주택 시장 회생에 대한 희망도 함께 크고 있다. 주택 시장이 미국 경제를 함몰시키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배경인 만큼 자연스러운 기대감일 수 있다.
하지만 구제안으로 회복되기에 미국 주택 시장 침체의 골이 너무나 깊은데다 전반적인 경기후퇴(recession)가 진행되고 있어 이번 조치는 단지 더 큰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수준이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모기지 금리 하락.. 주택시장 회생 `기대감`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모기지 고정금리는 이날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 급락했다. 이 둘은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위기설이 퍼지면서 미 모기지 금리는 일제히 가파른 오름세를 보여 왔고, 이는 주택 시장에 또 다시 하강 압력을 불어넣어 왔다.
키이스 쇼네시 파운데이션모기지 대표는 "향후 3~6개월간 느리고 지속적인 금리 하락이 계속될 것이고 지금이 그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로렌스 영 전미부동산 중개인 협회(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모기지 금리가 내리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주택 매입자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을 다시 매입에 나설 적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제안이 없었다면 미국 집값은 15% 내렸을 텐데 아마도 약 11~12% 가량 내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 주택시장 침체 `진행중`.."구제안 요술 지팡이 아니다"
그러나 주택 시장에 `산소 마스크`를 댄 조치였을 뿐, 근본적인 회복까지 얘기하기에 주택 시장이 너무 많이 곪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문제가 주택 시장 문제의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팔리지 않은 집들이 넘쳐 나고 주택 차압도 여전히 급증하고 있는 상황. 실업률이 높아지며 모기지 대출업체와 중개인들의 어려움으로 전이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배리 리톨츠 퓨전IQ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구제안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이 어려운 환자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딘 베이커 경제 및 정책연구센터(CEPR) 디렉터는 "현재 미국은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져 있다"면서 대공황 이래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아직까지 주택 시장의 버블은 완전하게 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구제안은 약 4년 정도 계속될 침체에 막 들어선 주택 시장을 회복시킬 요술 지팡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모기지 증권시장 활기?.."아직 정상화 안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패니메이, 프레디맥 구제안 이후 2차 주택저당채권시장(secondary mortgage market)에 8일 오전 갑자기 사자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일시적인 마비 현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트 프랭크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아직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는 유동화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두 정부보증기업(GSE)이 보증을 선 주택저당증권(MBS), 즉 기관 주택저당증권(Agency mortgage securities)에 대한 가격 책정이 아직까지는 어렵다는 얘기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보증 모기지 채권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은 이날 크게 뛰었다. 정부 구제 이후 두 업체가 사라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 美 자동차 업계도 구제금융 요청..모럴해저드 논란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구제안인지라 모럴 해저드 문제도 적잖이 지적된다.
우선 납세자들의 돈을 방만하게 경영했던 기업을 살려야 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제라드 카리프오 윌리암스 칼리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베어스턴스를 비롯해 금융사들을 방어해 주게 되면 주주와 채권자, 규제 당국의 감시 소홀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지난 1980년대 말 주택대부조합(S&L) 문제를 풀기 위해 정리신탁공사(RTC)가 만들어졌고, S&L 부실자산을 인수해 재매각 작업을 했다. 그러나 1240억달러가 투입됐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56억달러는 회수되지 못했다. 세금을 까먹은 셈이다.
자동차 업계 등 공적자금에 손을 내미는 곳이 생기고 있는 것도 문제시 될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받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핵심 산업인 자동차 업계가 줄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관련기사 ☞ 美 구제금융 다음 타자는 `자동차 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