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체결→이사회 부결"..SKT에 투자자들 '분통'

SKT "조건부 인수 계약이었을 뿐"..투자자들 "대기업이 이럴 수 있나"
  • 등록 2007-07-02 오전 10:12:03

    수정 2007-07-02 오전 10:14:59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어설픈 공시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 20일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에이디칩스(054630)가 발행하는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에이디칩스의 지분 25%(357억원)을 확보해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동시에 전환사채 257억원어치를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전환권 행사시 SK텔레콤 지분은 35%가 된다.

그러나 불과 열흘만에 이 같은 내용은 백지장이 됐다. SK텔레콤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에이디칩수 인수계약을 부결시켰다.

SK텔레콤은 "투자의 타당성에 대한 이사회 내 이견으로 인수계약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의 발표를 믿고 에이디칩스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에이디칩스 주가는 SK텔레콤의 인수계약이 발표되기 하루 전 1만6900원에서 발표 당일 1만9400원으로 올랐고, 지난 22일에는 2만5600원까지 상승했다. 발표를 전후해 하루 평균 15%씩 주가가 뛰었다.

하지만 지난주 들어 에이디칩스 주식은 돌연 급락세를 나타냈고, SK텔레콤 이사회가 열린 지난 29일에는 1만6750원까지 밀리며 그동안의 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 인수를 위한 SK텔레콤의 투자심의위원회 개최일을 전후해 에이디칩스 주가가 떨어졌다.

SK텔레콤은 "당시 인수계약은 이사회의 최종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관계기관으로부터 승인 등을 받지 못할 경우 해지될 수 있다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이었다"며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에이디칩스 투자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전문사이트 팍스넷에서 '겸둥護'라는 아이디를 쓰는 투자자는 "다른 회사도 아니고 어떻게 SK텔레콤과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질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디 '나16530'를 쓰는 투자자도 "SK텔레콤을 믿고 투자했는데 이럴 수 있냐"며 "이건 분명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따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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