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4시간여 짧은 수면 뒤에 펼쳐진 다음날 아침의 팔라우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가 사이 좋게 맞닿아 있었고 밤샘 비행기 여행의 고통쯤은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포만감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몰디브나 피지처럼 잘 꾸며진 고급 휴양지는 없지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놀라움 속에 자연과 하나될 수 있는 기회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 서울에서 5시간 거리에 불과했다.
발 밑으로 상어가 헤엄치다
이곳의 투명한 비취 빛 바닷물은 세계 어느 명소 못지 않다. 아침 10시, 10~20인승 배를 타고 나가 5시까지 3~4개 무인도와 바다 이곳 저곳을 도는 게 팔라우 관광의 요체. 그 중 가장 이색적이면서 등골 오싹한 코스는 ‘상어 밥 주기’다. 뭉텅 뭉텅 썰어낸 참치 덩어리 10여개를 가이드가 차례로 바닷물에 던져 넣으면 스노클링 기어를 쓴 관광객들이 일제히 시선을 물 속으로 향한다. 수심 3m가 채 안 되는데도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몰려드는 10여마리 상어들. 길이 2m짜리 상어들은 대부분 그 외형이 영화 ‘조스’ 주인공과 비슷하다. “안전하다”는 가이드의 말을 믿으면서도 상어가 배 밑 30㎝ 아래로 휘이익 지나가며 한기를 일으키면 눈을 질끈 감는 수밖에. 작은 빨판상어들은 ‘보너스’.
해파리와 춤을
팔라우의 진풍경은 바다가 전부는 아니다. 엘 마르크 섬의 ‘해파리 호수(Jellyfish Lake)’.
20여분 험로를 거쳐야 모습을 드러내는 이 소금물 호수에는 수백만 마리의 해파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다. 약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하게 스노클링을 시작하면 눈 앞에 펼쳐지는 ‘물 반 해파리 반’ 풍경이 황홀하다. 꿈 속을 거니는 듯 하다. 미끌미끌한 해파리가 몸에 와 닿으면 잠시 옴츠러 들지만 독성이 없고 누구를 공격하는 법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여행수첩]
●정식명칭은 팔라우 공화국. 34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의 인구는 2만여명.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점령됐다가 1994년 10월 독립했으며 공용어는 영어다. 수도는 코로르.
●시간: 5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한국과 시차가 없다.
●돈: 미국 달러를 쓴다. 물가는 생각보다 싸지 않지만 유흥가, 쇼핑가 등이 제대로 없어 호텔 밖에서 돈 쓸 일은 거의 없다.
●팔라우에서도 리조트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본 섬에 전용 해안을 갖고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를 이용하면 된다.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는 이 해안은 20여m만 나가도 형형색색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어 스노클링에 적격. ‘팔라우 로얄 리조트’는 깔끔한 호텔형 숙박업소다.
●아시아나 항공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 중이다. 8월26일까지 계속된다. 밤(11시)에 출국하고 아침(10시)에 귀국하는 일정. 목요일과 일요일에 비행기가 출발한다. 여행 상품 문의는 루카스 여행사 (02)884―4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