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깡패 국가(Rogue State)`란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깡패 국가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불량배 정권을 의미하며 대표적인 나라가 북한, 이란, 쿠바, 시리아 등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깡패 국가이며, 이것이 미국 경제와 달러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미국의 불량배 이미지야말로 달러 약세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일방주의 정책 노선을 고집하는 한 달러 가치가 반등하기 어렵다"고 2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해외를 여행하는 미국인 관광객들은 종종 미국에 적대감을 표하는 현지인들과 만날 수 있다. 방콕, 하노이, 콸라룸푸르, 싱가포르, 뭄바이, 비엔티안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방문해 현지인과 단 10분만 얘기해보면 쉽게 드러난다. 아시아인들은 미국을 매우 싫어한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보다 부시 정권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다.
아시아의 반미 감정이 경제적 영향으로 파급되는 것은 물론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산운용의 조셉 퀸란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의 깡패국가 이미지"라고 지적한다.
퀸란은 "국제 외환시장의 메시지는 간단하다"며 "그것은 바로 깡패국가 미국이 무임승차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해외차입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미국을 국제사회가 더 이상 용인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는 "달러 가치가 회복되려면 우선 미국의 독단적인 외교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계에서 `닥터 둠(Dr. Doom)`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마르크 파버 스트래티지스트도 같은 입장이다. 1987년 뉴욕 주식시장의 `검은 월요일`, 1990년대 일본 거품경제 붕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잇따라 경고한 바 있는 파버는 "미국의 외교 정책이 달러 가치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버는 "이라크 포로 학대 등에서 알려진 미국의 인권탄압도 문제"라며 미국이 중국의 인권탄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BOA자산운용의 퀸란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날로 추락하고 있다"며 "단지 이라크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경제 이익을 위해 교토의정서와 같은 환경협약 서명을 거부하는 것, 국제연합(UN)을 무시한 채 자국 정책만을 고수하는 것,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는 정책 등도 반미감정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퀸란은 "달러가 급락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독설로 유명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오래 전부터 "달러 만능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해 왔다. 아시아의 대표적 반미 지도자인 마하티르는 "국제 사회가 미국의 막대한 쌍둥이 적자를 보충해줬지만 더 이상은 곤란하다"며 "미국 경제는 해외차입이 없으면 당장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비꼬았다.
마하티르는 "이슬람 국가들이 단결해서 무역거래 시 달러결제를 중단하자"며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견제할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퀸란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의 이미지가 개선돼야만 달러가치 회복이 가능하다"며 "하루이틀 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같은 분석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이유가 약달러의 원인일 수는 있지만 경제 이슈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액션이코노믹스의 마이크 잉글런드 애널리스트는 "달러 약세의 주 원인은 경제 요인"이라며 "부시 정권의 감세정책 고수로 미국의 고질적인 재정적자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