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엔화 약세`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으로 비쳐져 온 정부의 시각에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인위적이고 급격한 것이 아니라면, 엔 약세 그 자체만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것으로 원화에 대한 엔화의 상대적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으로의 달러유입이 급증하고,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엔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 강세요인은 날로 누적되고 있다.
이에따라 외환당국은 지난해말 100엔당 1000원에서 잡았던 시장개입 지점을 새해 들어 995원으로 낮추며, 수출상품의 `품질 경쟁력 제고`로 강조점을 옮기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은 이제 100엔=990원에 도전하고 있어 당국의 속도조절 수준이 주목된다.
◇"엔 약세 기조 자체는 불가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오전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엔화가 올해말 140엔까지 갈 것이란 도이치뱅크 등의 분석을 제시하며 "일본의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달러/엔 환율이) 추가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화·재정정책의 여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은행권의 부실채권 및 디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이 지연, 일본경제는 올해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진 부총리는 이어 "일본정부에 대해 엔화 약세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한 신뢰회복 노력을 촉구하겠다"면서 `인위적인` 엔약세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생각대로 일본이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더라도 일본경제는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따라서 그 `부산물`인 일시적 엔화 약세기조는 불가피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대외차관보)는 최근 "급격한 엔화절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 절하 속도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저점 낮춰가는 `엔/원` = 이에따라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지점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일(12월31일) 100엔당 1000원이 붕괴되자 구두개입에 나섰던 당국은 새해 들어 엔/원이 9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개입을 자제해왔다.
지난 7일 원화환율 급락을 막기위한 당국의 구두개입 지점은 100엔당 995원. 개입선이 지난해말보다 5원 낮아졌다.
엔화의 추가절하가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 전망이지만, 펀더멘털과 수급 모든 면에서 일본과 대비되는 상황에서 엔/원 1:10을 마냥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개선된 경제전망과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금,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가능성 등의 재료들이 용수철처럼 눌려 있는 상황이다.
◇엔저대응, 비(非)가격 경쟁력 제고로 중심이동 = 이런 인식에 따라 정부는 최근 엔약세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 즉 "품질경쟁력 강화"로 강조점을 옮기고 있다.
진 부총리는 8일 국무회의에서 "엔화 약세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수출기업의 비용절감,품질개선,기술투자 확대 등 수출경쟁력 제고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약세가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례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전날 경제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의 엔저를 언급, "올해 경제운용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와 노사안정"이라면서이같이 말하고 "이들 분야에서의 품질경쟁력 확보와, 노사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화약세(원화의 상대적 강세)는 불가피하며,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