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전북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초등교사의 유서가 공개됐다.
| 지난 2일 전북 군산시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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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북교사노동조합과 유족에 따르면 숨진 A교사의 유서는 휴대전화에 메모 형식으로 지난달 30일과 31일 작성됐다.
이 메모에는 업무 능력에 대한 A교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달 31일 작성된 글에는 ‘의사 선생님에게 말할 것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모든 미래, 할 업무들이 다 두렵게 느껴진다’ ‘업무 능력, 인지 능력만 좀 올라왔으면 좋겠다. 나 잘했었는데. 군산 1등, 토익 고득점’ ‘늘 뭔가 태클을 걸고 쉬이 안 넘어간다’ ‘자존감이 0이 돼서 사람들과 대화도 잘 못하겠다’ 는 등 내용이 담겼다.
또 ‘심한 충동을 느꼈지만 포기했다. 가족이 느낄 고통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거나 지난달 30일에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미친 충동 일어나다가, 갑자기 1시부터인가 안정되었다. 왜 이러지. 폭풍 업무 오면 또 그렇게 될 거 같기도 하고’라고도 적었다.
A교사는 지난 3월 군산 한 섬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전북교사노조에 따르면, A교사는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학교 축제,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를 감당해왔다. 과중한 업무에 A교사는 자신의 동료에 “학교 일로 스트레스 받아본 건 처음이다. 진짜 내 인생의 학교 일은 10 중에 한 1~2였는데 지금은 6~7이 돼 버렸다”는 등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서는 A교사의 사인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보고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A교사의 유족은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유서 공개 이유를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