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 만든 치매치료제, 도네페질 '정조준'

김찬규 메디포럼 회장 인터뷰
현재 PM012 은 임상2b상 중...도네페질과 비교임상
7가지 천연 복합물질로 부작용이 없어
효능확인되면 안전성 높아 도네페질 대체할 수 있어
"활성산소가 치매원인...항산화작용 높여야"
항산화작용 높이자, 인지능력 개선↑
  • 등록 2021-05-30 오후 1:38:22

    수정 2021-05-31 오전 10:14:36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구기자, 숙지황, 산수유, 목단피. 대부분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 접해본 약재다. 메디포럼은 7가지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치매치료 복합제(PM012)로 만들어 현재 국내 임상2b상을 진행 중이다.

이데일리는 PM012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써 개발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위치한 메디포럼 본사를 찾아 김찬규 회장을 인터뷰했다.

김찬규 메디포럼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메디포럼 본사 연구소에서 실험실 기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과학계 입장에선 한방은 비과학적이다. 치료나 처방 근거가 빈약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류가 오랜기간 이 병에 이 약을 썼더니 낫더라’라는 처방 근거는 의·과학계 입장에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명제다. 하지만 메디포럼은 한방 토대에 과학적 임상데이터를 충분히 갖춘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난공불락의 알츠하이머 정복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찬규 회장은 치매 원인이 활성산소에 따른 신경세포염증에 있다고 봤다. 활성산소는 산소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를 뜻한다. 불안정한 활성산소는 주변 세포를 공격해 손상을 줘 염증을 일으킨다.

김 회장은 “신경세포염증이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진다”며 “신경세포염증이 치매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신경세포염증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적절히 처리하거나 항산화 작용을 높이면 신경세포염증을 낮춰 치매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치매치료 해법을 제시했다

메디포럼은 200여개 천연물질 가운데 뇌질환에 효과가 있는 7가지 물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복합제를 만들어냈다. 메디포럼은 이 복합제를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26명을 대상으로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경희대 한방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에서 임상 2a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2주간 매일 PM012 2400mg 투약받은 환자 42명 상태가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과 정보처리속도가 통계상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네페질과 직접 비교한 동물임상에서는 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PM012가 인지능력과 공간인지능력면에서 30% 이상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분자신경생물학(Molecular Neurobiology)을 비롯 SCI에 6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치매치료제 ‘도네페질’은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의약품으로 연간 전세계 시장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성분이다.

김 회장은 “숙지황, 목단피 등 한약재에 포함돼 있는 패오니플로린(Paeoniflorin), 5-하이드록시메틸-1-프루알데히어드(5-HMF), 베타인(Betain), 로가닌(Loganin) 같은 약리성분을 지표물질 삼아 PM012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천연물질로 도네페질 등의 합성물 의약품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 김찬규 회장은 “도네페질은 메스꺼움, 구토, 식용감퇴, 근육경련, 불면증, 피로, 성욕감퇴 부작용이 있다”며 “갈라만틴도 오심, 구도, 식욕감퇴, 복통 등 소화기 계통에 부작용이 빈번하다. 메만틴은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 과할성을 억제해 치매환자가 멍해진다”고 지적했다. 도네페질과 더불어 메만틴, 갈라만틴, 리바스티그민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치매치료제(치매억제제)들이다.

그는 “기존 치매치료제 복용자들은 너무 강한 독성 노출에 식욕감퇴에 쇠약해지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라면서 “하지만 천연물 신약은 독성이 없어 복용 부담이 없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천연물 신약에 한해 인체독성의 안전성 검증 절차인 임상1상을 면제해준다. 메디포럼은 지난 2018년 식약처로부터 PM012의 임상 2b/3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했다.

메디포럼은 지난해 11월부터 3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상에 들어갔다. 임상 2b상에선 도네페질과 직접 비교 임상 중이다. 김 회장은 “도네페질과 비슷한 효능을 내면서 인체 부담이 없는 약이 나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임상2b상이 끝나면 임상 3상에 바로 들어갈 계획이다. 임상 3상 결과가 잘 나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을 신청해 글로벌 임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디포럼은 PM012의 임상결과를 확신한다. 그는 “PM012의 2상 임상보고서에서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차이가 있다’며 추가임상 또는 대규모임상을 권했다”며 결과를 자신했다. 그는 여러 한의원과 협업해 PM012와 동등한 7가지 약재를 조합해 지난 2018년부터 한약처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포럼은 임상2b에 80억원, 3상에 1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임상비용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한편 김 회장은 컴퓨터공학 전공자로 미국 캐이웨스턴대 학사, 영국 애딘버러대 석사를 거쳐 캠브리지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카이스트(KAIST)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뉴럴 네트워크(신경망)컴퓨터가 주연구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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