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조양호 회장, '계약 시점'이 구속 운명 가른 듯

조 회장, 애초 공사대금 35억원으로 알고 계약·지급
“공사 과정에서 추가비용 늘어난 사실 몰라” 주장
검찰은 직접진술 없다며 ‘인정’, 경찰은 정황상 ‘의심’
  • 등록 2017-11-04 오후 2:54:42

    수정 2017-11-04 오후 2:54:42

【서울=뉴시스】경찰이 조양호 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두 번이나 반려되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자택공사 비리 수사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경찰 측은 들끓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조 회장 혐의를 둘러싸고 검경의 시각차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과 경찰쪽 설명을 종합하면 조 회장이 두 차례나 구속될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황’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 회장이 계약한 시점이 구속의 운명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 사실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칼호텔네트워크에서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가운데 30억원을 영종도 H2호텔(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빼돌려 쓴 배임이다.

조 회장의 전체 집 수리 비용을 모두 합치면 100억원이 넘지만 이 가운데 인테리어 비용을 경찰은 70억원으로 추산한 반면, 조 회장 측은 65억원으로 주장한다.

경찰이 재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한 이유에 대해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만으로는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기각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종 공사비 65~70억원 상당 중 30억원이 회사에 전가된 사실은 인정되나, 지금까지 경찰이 수사한 증거자료만으로는 조 회장이 비용 전가 사실을 보고받았거나 알았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구속된 회사 임원을 포함해 관련자들 모두 조 회장에 대한 보고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직접 진술’이 없는 상황이므로 정황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집된 정황 증거만으로도 구속 수사를 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임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검찰이 인정한 데에는 계약 당시 정황을 염두한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K사와 35억원에 계약했다. 변호인 측은 “인테리어 공사비용으로 35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했기 때문에 조 회장은 그 말만 믿고 직접 계약은 물론 공사대금까지 지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공사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났고 칼호텔네트워크 측은 추가 공사대금 30억원을 조 회장 대신 지급했다.

변호인 측은 “조 회장은 대기업 그룹을 경영하기 때문에 억 단위가 아니라 조 단위로 자금을 운영한다”며 “추가로 든 집 수리 공사비용까지 신경 쓸 만큼 한가한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조 회장이 공사가 시작된 후 뒤늦게 2014년에 계약을 했다면 나중에 탄로날 것을 우려해 뭔가 덮으려는 의도로 오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처음부터 계열사 돈으로 공사대금을 떠넘길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공사 시작 단계인 2013년 5월에 계약을 하고 공사대금도 39억원에서 35억원으로 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와 대한항공 시설담당 조모 전무 등 임직원이 회삿돈으로 공사대금을 치른 사실을 인정하는 만큼 조 회장이 한 두푼도 아닌 수십억원의 거액을 집행하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것은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면서 “검찰이 변호인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눈치를 본다는 건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중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경찰은 재신청한 영장까지 기각되자 검찰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검찰의 구속영장 불청구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공사의 계약, 진행, 비용처리 등 모든 과정에 대해 보고받았는다는 것을 밝혔는데 그 이상의 소명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주변에선 이렇게 되면 조 회장에 대한 구속이 문제가 아니라 기소마저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온다. 검찰 벽에 가로막혀 그간 수사에 들인 공이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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