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9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 분석’ 브리핑에서 지난 7일 북한이 쏘아올린 로켓을 인공위성이 아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규정했다.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실험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앞서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실제 발사 이후에도 북한은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지구 관측 위성인 광명성4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탑재체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북미우주항공방위사령부(NORAD)는 광명성 4호에 NORAD 식별번호 41332번을 부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광명성 4호에 NSSDC 2016-009A라는 일련번호를 매겼다. 대분의 외신들도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위성(satellite)으로 기술하고 있다.
‘재진입체’ 기술은 실험 안해
게다가 이번 실험에서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재진입체’ 기술도 테스트 하지 않았다.
재진입체 기술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의 가장 어려운 기술 분야로 꼽힌다. 이 기술은 장거리 미사일의 탄두가 대기권을 뚫고 나간 뒤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충격을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중거리 수준의 재진입체 기술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장거리 미사일에서는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군 당국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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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실험으로 판단했다. 북한은 핵폭탄과 이의 운송수단인 미사일 개발을 패키지로 병행하고 있고 위성 발사체 연료로는 적절치 않은 ‘적연질산’을 로켓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인공위성을 위한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로켓은 동일하다. 국방부가 발간한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로켓에 탄두를 장착하면 탄도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우주발사체는 기본적으로 위성체의 궤도 진입이 목적이지만 탄도미사일은 탄두의 목표지점 도달을 위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위성 로켓과 대륙간탄도탄은 겉과 속이 한몸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바 있다”면서 “북한은 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남한을 향한 핵공격 위협을 지속적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서도 연료 산화제로 독성물질인 적연질산(RFNA)을 사용했다고 군 당국자는 밝혔다. 산화제는 산소가 희박한 대기권 밖에서도 연료가 연소되는 것을 도와주는 물질로 일반적으로는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우리 ‘나로호’의 역시 액체산소를 사용했다.
군 관계자는 “나로호가 발사될 때 로켓 주변에 언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북한 로켓에는 이것이 관찰되지 않는 이유가 산화제로 적연질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면서 “적연질산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용으로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의 스커드 및 노동, 무수단 미사일이 모두 적연질산을 사용하고 있다.
위성 자세조정 장치 없으면 미사일?
또 군 관계자는 “광명성 4호에는 추력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위성 궤도 유지에 필요한 추력기가 없다는 것은 위성이 아닌 미사일 실험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성은 우주공간에서 3단 추진체로부터 분리돼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자세를 잡아야 한다. 이 때 이용하는 것이 자세 조정 장치인 추력기다. 추력기가 없으면 위성이 지구로 떨어질 수 있고 정자세로 궤도를 선회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우주공학 전문가는 “북한 위성체에 추력기가 없다고 이를 미사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 “북한이 아직 추력기 탑재 및 제어 수준까지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쏘아올린 광명성 4호가 실제 위성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지상과 정상적으로 통신하는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조금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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