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계 기업이라면 이번에 어떻게 증시 퇴출을 모면할 수 있을 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한계 기업들이 퇴출을 면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3일 금감원이 퇴출 위기에 처한 한계 기업들의 퇴출 피하기 수법을 공개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언급되는 유형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면 투자를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연말에 갑자기 발생하는 매출
증시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유가증권시장은 매출액이 50억원에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다음해에도 그럴 경우 퇴출된다. 코스닥은 30억원이 기준이다.
한계 기업의 경우 오피스텔 같은 좁은 사무실에 사장과 공시 담당, 사무원 하나 만을 두고 운영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매출이 발생하기는 요원하다. 그래서 연말에 매출 만들기 작전에 돌입한다.
휴폐업된 2개 이상의 거래처를 이용해 가짜로 매입과 매출 거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대표적으로 금감원이 파악한 수법이다.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본 사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이래서 본업은 제조인데 뜬금없이 상품 유통업체로 바뀌기도 한다.
한류스타 배용준씨와 관련된 키이스트는 논란이 일었던 대표적인 업체다. 키이스트는 지난 2005년 12월30일과 31일 28억원 상당의 제품 공급계약이 이뤄졌고 후에 회사측에서 매출 과대 계상이었음을 인정했다. 나중에 적발됐기에 퇴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퇴출 사유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본잠식이다. 결산기가 지나 자본확충계획을 내놓고 퇴출을 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
자본잠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자산을 늘리면 된다. 이래서 등장하는 것이 자산 수증과 못받는 것으로 쳤던 횡령 등의 갑작스런 회수다.
A사는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연말에 출자전환과 함께 경영진으로부터 100억원대의 자산을 증여 받았다. B사는 전 경영진에 의한 220억원의 대규모 횡령금액을 회수했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단지 `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A사 경영진은 외부감사가 끝나자마자 증여자산 전부를 빼돌렸다. B사의 경우 회사에 남아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에스크로(인출제한)까지 걸었지만 에스크로는 이면합의 앞에 무용지물이었고 실제 경영진은 이면합의를 이용해 전부 빼갔다.
◇ "부족한게 무엇입니까. 돈? 자산?"
외부감사를 받을 경우 실사도 진행된다. 장부상 기재된 자산이 없다면 분식회계를 자행할 수 밖에 없는 데 이같은 실사를 통해 적발해 내는 과정이다.
분식회계를 자행한 기업들은 이럴 때 사채업자 등 각종 임대업자 사무실에 들락거리게 된다. 잔액증명서를 끊기도 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를 빌려 오기도 하며, 아예 자산을 통째로 화물차에 싣고 와 외부감사에 대비하는 식이다.
C사는 공모대금 40억원을 CD로 사내 보관중이라고 주장했으나 확인해 보니, 증자후 전액 CD 형태로 인출해 사채업자게 증자 관련 수수료와 담보로 제공한 소위 `꺾기`였음이 드러났다.
과거 벤처업계 내노라 하는 인물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CD를 잠시 빌려오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르다 적발돼 벤처업계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회사의 영업, 자금 규모보다 큰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사내에 보관하고 있다면 가장납입이나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CD 등을 빌려 감사인에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외에 부실자산의 과대 평가를 퇴출 모면 수법에 추가하면서, 외부감사인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증권신고서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변칙적인 자산거래에 대해 수시기관 통보와 과징금 부과 등 엄중 조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