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앞두고 증시 안정을 누차 강조했던 중국 증권감독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 먹구름까지 끼면서 지난 11일 증시는 5% 이상 급락했다.
증시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쑥 들어갔고, 일각에서는 증시가 2000선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PPI 급등이 하락세 부추겨..18개월래 최저
11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5.2% 하락한 2470.07에 마감, 2500선을 하회했다. 18개월래 최저치다. 2거래일 동안 상하이종합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전일 증시 내림세는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하면서 가속화됐다. 중국의 7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범위(8~10%)의 최상단에 이르는 것으로 지난 96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6월 PPI는 8.8% 상승했었다.
PPI의 급등은 중국 기업들이 에너지 및 상품 가격 상승,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헤지펀드 라미어스 캐피털의 빈센트 람 펀드 매니저는 "거시 경제 환경이 중국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파낙스 펀드의 세실리아 멜린 상임 고문은 "특히 투자자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축 정책의 한 방편인 위안화 절상은 수출업체들에게 채산성 악화라는 고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전일 발표된 7월 무역흑자는 253억달러로 예상밖 증가세를 보여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켰지만, 위안화 절상 가속화를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수출업체에게는 도리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부양책 없자 `분노의 매도`
투자자들은 증시 안정을 외치던 감독 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WSJ은 최근 급격한 매도세는 올림픽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채 증시를 외면했다는 실망감이 과장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경제 성장 유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언급했을 때 증시는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1%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자 실망 매물이 속출했다.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은 증시 하락의 구조적 원인으로 늘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증시 활황기에 상하이종합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주역이지만, 하락장에서는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면서 급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투자 위험 헤지 수단이 부재한 것도 매도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공매도나 파생상품 등으로 포지션을 헤지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 주식을 내다파는게 상책이라고 여기고 있다.
◇ 2000선 하회 전망도
중국 증시가 추가 하락하며 2000선을 뚫고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내릴만큼 내렸다`는 밸류에이션 매력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윈드인포메이션의 천웨이 애널리스트는 "높은 PPI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나타냈다"면서 "약세장 전망 속에 추가적인 하락이 목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상하이종합지수가 곧 2000선을 하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틀간 증시가 9.44% 급락한 것은 증시 안정성 유지를 외쳤던 중국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에 투자 심리를 북돋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해들어 53.05% 하락했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종종 제기됐으나 추가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고점 대비로는 59.45% 하락했다.
중국은행-슈로더 자산운용의 정투오 펀드 매니저는 "해외 상장 주식과 비교해서 중국 주식은 아직도 비싼 주식 중 하나"라면서 "경제와 기업실적 우려가 매수세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전엔 상당수 전문가들이 상하이 종합지수가 2500선을 기점으로 저가매수세가 몰리며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