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군은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G인터넷쇼핑몰의 '10대 사장님'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인터넷쇼핑몰을 열고, 버버리·나이키·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의 '짝퉁' 옷과 신발을 팔았다. 쇼핑몰을 연 지 6개월 만에 2만여 점, 4억6000만원어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군이 인터넷상에서 '성공한 10대 사장'으로 한창 이름을 날리던 지난해 10월, 안산단원경찰서 형사들이 최군이 사무실로 사용하던 방으로 들이닥쳐 최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외국 유명 브랜드를 도용해 상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최군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 '짝퉁'인 것을 알리고 팔았는데 왜 죄가 되느냐"고 항변했지만, '짝퉁'을 파는 것 자체가 범법행위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10대 '대박' 꿈, 자칫하면 악몽으로
그러나 10대 쇼핑몰 운영자들 중에는 상거래 관련 법규를 몰라 무심코 범한 실수로 범법자로 전락하거나,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쇼핑몰 운영에 매달리다, 학교 생활에 큰 타격을 받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인천에 사는 이영우(17·고2)군은 영어·수학 등 유명 학원강사의 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녹화해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다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뻔했다. 이군이 판매했던 동영상의 저작권자인 학원 강사가 지난 1월 이군을 형사 고소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이군은 그 학원 강사에게 동영상 판매금액보다 더 많은 합의금을 주고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모 중학교 3학년생인 김은미(15)양의 경우 지난 5개월 동안 '구제 청바지(빈티지 청바지)'를 파는 쇼핑몰을 운영해오다, 100여 만원 사기를 당하고 최근 쇼핑몰을 닫았다.
김양은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주문을 받고, 물건 배송은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이 맡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런데 청바지를 주문했던 40여명으로부터 "왜 돈만 받고 청바지를 보내지 않느냐"고 항의가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거래했던 상인이 김양으로부터 돈만 받고 물건을 배송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상인과 거래 내역을 증명할 서류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김양이 고객들에게 일일이 환불해줬다.
◆"미성년자 쇼핑몰엔 법정 대리인 필요"
'10대 사장'의 꿈을 좇다가, 덫에 빠지는 학생들이 적지 않지만 10대들의 쇼핑몰 창업에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장치가 없다.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쇼핑몰을 설치해주는 업체도 있고, G마켓이나 옥션 등에서도 1만2000원만 내면 개인 온라인 상점을 열 수 있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 나이 제한도 없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10대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0대들은 전자상거래 관련 법의 '청약철회'(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한 뒤 마음이 변하거나 물건이 마음에 안 들 때 14일 이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조항 등 관련 법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고객의 환불·교환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고객과 다투면서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 화성 삼괴고등학교의 비즈쿨 담당 이난희(여·49) 교사는 "중·고등학생들이 극소수의 성공담에 현혹돼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보기 쉽다"며 "인터넷쇼핑몰도 하나의 사업이므로 관련 법규를 꼼꼼히 살피고 프로가 되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전자상거래센터 정지연 팀장은 "미성년자가 쇼핑몰을 운영할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감독이 뒤따르도록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