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메카의 몰락..`집값이 차값보다 싸`

(상보)GM 등 `빅3` 본거지 디트로이트 황폐화
자동차 산업 무너지면서 실업률 늘고, 주민들은 엑소더스
지난 5년간 부동산 상승률 2%도 안돼
  • 등록 2007-03-20 오전 10:22:07

    수정 2007-03-20 오전 10:22:07

GM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 시가지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이날 거래된 주택 16채 모두가 3만달러 이하에 팔렸습니다. 집짓는 데 들어가는 건축자재 값도 못 건질 형편이예요" (부동산 중개인)

"2년전 교외의 집을 담보로 모기지 대출을 받고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팔아 7만달러를 주고 산 시내 중심가의 집을 3만5000달러에 팔았습니다. 이건 경매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집을 매각한 한 시민)

"싸게 사긴 했는데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집사람은 절 죽이려 들더군요" (집을 구매한 시민)

지난 1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주택 경매장의 풍경이다. 이날 경매장은 침울함을 넘어 두려움에 떠는 분위기였다. 이것이 한때 세계 자동차 공업의 심장이자 미국의 멈추지 않는 성장 동력으로 칭송받던 디트로이트의 현 주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의 본사를 비롯,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와 크라이슬러의 주력 공장이 위치한 디트로이트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자동차 산업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주택 시장 상황을 보도했다. 통신은 5년전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자동차 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도시의 슬럼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미국에서 세번째를 자랑했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지난 30년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인구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악화되면서 도시의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현재 14%에 육박하는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미국 전체 수위를 다툰다.
1950년대 이후 급감한 디트로이트의 인구


실업률 상승은 다시 치솟는 범죄율과 공교육 파탄, 각종 사회 문제 발생 등으로 이어져 디트로이트는 지금 급속한 도시 공동화 현상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 5년간 디트로이트의 집값 상승률은 2%를 밑돈다.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간주는 지난해 미국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주로 기록되기도 했다. 작년 미국의 평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6%였다.

현재 디트로이트 일부 지역에서 집 한채 가격은 2만9000달러선. 왠만한 차 한대 값도 안되는 가격이다. 부동산 시장 붕괴는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도시 서부 지경의 방갈로는 1300달러에 임대되고, 방 네개짜리 스튜디오는 7000달러에 팔려나가 "방값이 중고차값만 못하네"란 수근거림을 들어야 했다.

당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없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인은 "이날 경매에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시세차익을 누리려면 5~7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최근 디트로이트가 `담보 압류가 횡행하는 도시`가 되면서 주택시장 붕괴와 경제적 고통의 상관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현장 실습실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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