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살고 있는 집은 따로 있지만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자식에게 물려줄 겸, 투자 겸 해서 장만했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였던 것이 김 씨의 고민이었다.
게다가 내년이 되면 양도세도 껑충 뛴다는 소식에 팔아도 남는게 없다는 생각까지 가니 마음도 조급해졌다.
그러던 김 씨의 구미를 당겼던 것이 해외 부동산투자. `어차피 유학 중인 아들이 2~3년은 더 해외에서 머무를 계획이고, 살고 있는 있는 뉴욕의 아파트 월세도 작지 않은데 이참에 미국에 아파트를 한 채 사볼까?`
해외 부동산 투자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중국 동남아 유럽 일본 부동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해외부동산은 투자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규제가 적고 기대수익률이 높아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김 씨는 뉴욕 현지 중개업자와 연계된 해외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통해 맨하탄 업타운의 약 80만달러, 우리 돈 7억7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려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은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다. 정부가 해외부동산 투자를 허용한 이후 투자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해외부동산 취득(신고 기준) 규모는 143건, 5444만달러로 집계됐다.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규제가 풀린 6월(145건, 5421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거용 주택에 한해 취득이 전면 허용됐던 3∼5월에 월 2000만달러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올들어 월별로는 1월 13건 487만달러, 2월 36건 1124만달러, 3월 64건 2071만달러, 4월 61건 2110만달러, 5월 64건 2685만달러 등이었다. 이로써 올들어 7월까지 해외부동산 취득실적은 총 526건, 1억9321만달러에 육박했다.
이처럼 해외부동산 투자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규제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보유세와 양도세가 중과된 데다 개발부담금 등의 영향으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해외부동산은 국내에 비해 세금 부담이 훨씬 적은 게 장점"이라며 "원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정부정책도 해외부동산 투자 붐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해외부동산 투자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최근 미국 부동산 컨설팅 전문업체인 '뉴스타부동산'과 '콜드웰 뱅커베스트 리얼티' 등과 사업 제휴를 맺고 해외부동산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월드센터 지점도 해외부동산 투자컨설팅 업체인 '루티즈코리아'와 손잡고 매물정보 교환, 공동 투자설명회 등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해외지점과 현지법인을 활용한 해외부동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아메리카은행 등을 통해 현지에서 부동산 매매 및 세무 상담, 대출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서 중동까지` 투자 유혹하는 국내외 업체 봇물
해외 투자 상품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주택건설 실적 1위의 센텍스는 한국대리점을 통해 워싱턴DC 등의 주거용건물(3억~10억원)을 분양 중이다
또 비버리힐즈코리아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기업 맞춤용 숙박시설 회원권을 분양 중이다. 발리 짐바란지역에 건립되는 이 빌라는 120-250평형 규모이고 분양가가 1억-3억원 수준이다.
필리핀 현지 부동산개발업체인 아이알라는 국내 분양대행사를 통해 골프리조트 회원권을 계좌당 1000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수도인 마닐라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인 수비크지역에 위치해 있다.
국내 업체들이 나서서 해외 부동산을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동 두바이에서 주상복합·오피스 타운 개발을 추진중인 반도건설·성원건설은 한국에서 일부 물량을 분양할 계획이다.
반도건설은 두바이에서 20~80평짜리 주상복합아파트 1만가구와 오피스·상가로 구성된 건물 2개 동을 올 9월 분양한다. 성원건설도 두바이에서 지하 2층~지상 3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백화점 등을 분양할 계획이다. 역시 강남에 모델하우스를 건립하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부동산을 처분해 본격적으로 해외 부동산으로 갈아 타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성과 국내 규제 회피 차원에서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호 외환은행 PB팀장은 "아직까지 국내 부동산을 `털고 나가자`하는 분위기는 없지만 분산차원에서 하나 정도를 처분하고 세제 혜택을 보겠다는 차원에서 문의하는 경우는 종종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