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CB를 잡아라"..인터플렉스 경영권분쟁의 본질

분쟁 재발가능성 상존..29일 주총 관심
  • 등록 2003-03-24 오전 10:52:19

    수정 2003-03-24 오전 10:52:19

[edaily 하정민기자]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업체 인터플렉스(51370) 경영권을 둘러싸고 인터플렉스 현 임원과 모회사인 코리아써키트(07810)간 분쟁이 치열하다. 코리아써키트와 인터플렉스는 최근 인터플렉스 이사회 장악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 지난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인터플렉스 정기 주총이 29일로 미뤄지는 소동까지 벌였다. 여기에 일부에서 인터플렉스가 코스닥 등록과정 당시 기관투자가가 고의로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마저 제기하자 회사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고 있다. 지난 1월 코스닥 등록 이후 각종 증권사로부터 새로운 코스닥 유망주로 찬사받아왔던 인터플렉스의 앞길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자회사-모회사 경영권 다툼 본격화 인터플렉스는 핸드폰 및 디지털가전에 쓰이는 연성 인쇄회로기판(Flexible PCB)을 만드는 회사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코리아써키트로부터 지난 94년 분사했으며 올해 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FPCB는 일반적으로 재질이 딱딱한 경성 인쇄회로기판(Rigid PCB)와 달리 굴곡성을 가진 필름형태의 3차원 회로기판이다. 기술의 발달로 전자제품 크기 및 두께가 갈수록 작아지면서 경성 PCB 시장은 급속히 쇠퇴하고 연성 PCB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연성 PCB는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의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핵심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태. 특히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FPCB가 컬러 휴대폰에도 채택되면서 연성 PCB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성을 보이고있다. 코리아써키트 송동효 회장은 인터플렉스 김한형 사장의 이모부다. 송 회장은 아들 송영배 전무 등과 함께 인터플렉스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코리아서키트의 보유지분 37%까지 더할 경우 총 51%가 돼 명실상부한 인터플렉스의 최대주주다. 반면 인터플렉스 대표이사인 김한형 사장의 보유지분은 7.68%에 불과하다. 지난해 인터플렉스는 코스닥 예비등록심사에서 코리아써키트와의 경영관계에 따른 문제로 재심의 결정을 받는 바람에 코스닥 등록에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지난해 9월 송 회장과 송 전무 등 코리아서키트 측 이사 3명을 사임시키고 독립경영 각서를 코스닥위원회에 제출, 승인을 얻어내 등록하게 됐다. 그러나 올 1월부터 코리아써키트가 다시 송 전무를 임원으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 인터플렉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달 주주제안을 통해 임원선임안을 제출했으나 증권거래법상 주주제안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이후 지난 20일 주총에서 회계상의 문제 등을 제기하며 연회를 요구, 주총을 오는 29일로 연기시킨 상태다. ◇황금시장 `FPCB`를 둘러싼 쟁탈전이 주 원인 인터플렉스의 경영권 분쟁의 본질적인 원인은 황금시장인 `FPCB` 를 둘러싼 두 회사의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휴대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98년 이후 FPCB 업체들의 성장속도는 원조격인 PCB 업체들을 크게 뛰어넘었다. FPCB 업체들의 매출성장률이 연 평균 45%에 달해 일반 PCB업체들의 6.4%와 8배나 차이가 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현재 국내 FPCB시장은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에스아이플렉스 등 3개사가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부진과 대만ㆍ중국 등 후발 경쟁국의 가격인하 공세로 고전을 겪고있는 PCB 업체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이 시장에 속속 눈독을 들이고있다. 이미 대덕GDS(04130) 처럼 FPCB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곳도 있다. 최근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코리아써키트 역시 FPCB 시장 진출을 노리면서 인터플렉스 측과 다툼을 벌이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 20일 작년 당기순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9억8011만원과 10억7207만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2001년 경상이익 81억원, 순이익 73억원과 비교가 안되는 초라한 성적인데다 이마저도 지난 2월 첫 공시 때보다 줄어든 수치다. 인터플렉스 김창규 IR팀장은 "코스닥등록시 독립경영 약속을 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인터플렉스를 공동경영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회계 상에 문제가 있다지만 감사를 한 곳은 코리아써키트 측이 더 잘 알고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잘 나가는 것도 문제냐"며 "인터플렉스가 돈을 못 버는 회사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다만 그는 "친족관계에서 일어난 일이고 인터플렉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코리아써키트도 좋을 게 없다"며 "조만간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뢰도·투자심리 저하..분쟁 재연가능성 상존 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터플렉스와 코리아서키트 모두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하고있다. 미래에셋 박경홍 애널리스트는 "연성 PCB시장의 업황 자체는 성장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대주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 자체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플렉스 우리사주 지분 7%와 공모 후 5%대로 줄어든 김 사장의 지분을 더해도 불과 12%"라며 "코리아서키트 보유지분이 워낙 많기 때문에 설사 이번 일이 잘 해결되더라도 향후 비슷한 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알짜배기 사업부를 가진 자회사에 대해 모회사가 경영권 간섭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도 "인터플렉스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써키트 측은 "주총에서 제기된 문제는 임원선임 갈등과는 관계가 없으며 재무상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 이를 지적하는 것은 대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매출채권이 크게 늘어나는 등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확인해보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9일로 연기된 인터플렉스의 정기주총은 일단 인터플렉스측의 의도대로 "독립경영"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좀더 높다. 송 전무를 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이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 또 코리아써키트측이 코스닥위원회에 약속한 인터플렉스의 독립경영을 맘대로 파기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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