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벌이는 은행들, 영업시간 복귀엔 '미적'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주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직원들에게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에도 단축영업 복원은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어 은행들이 이자장사만 벌이고 소비자 불편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자수익 늘자 300∼400% 성과급 잔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61%를 책정했다. 2021년 당시 300%였던 것과 비교하면 61%포인트 올랐다. 300%는 현금으로, 61%는 우리사주 형태로 지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올해 임금 인상률도 일반직(2.4%→3%)과 리테일 서비스·사무직(3.6%→4%) 모두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280%로 책정됐다. 지난해(300%)보다 자체는 줄었지만 특별 격려금으로 직원 한 명당 340만원을 지급키로 해 실제 직원들이 받는 금액은 더 늘었다. 국민은행은 일반직 임금상승률을 지난해 2.4%에서 3%로 높였으며, 사무직은 3.2%로 유지했다.

NH농협은행도 성과급을 기본급의 400%로 책정해 지난해(350%)보다 규모를 키웠다. 임금인상률 역시 지난해 2.4%에서 올해 3.0%로 높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거나 곧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 300%를 줬다. 우리은행은 경영성과급 명목으로 기본급 200%와 사기진작 명목으로 기본급 100%를 더해 기본급 300%와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은행들의 성과급과 임금인상률이 확대한 것은 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은 11조2203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약 9조5017억원) 대비 18% 증가한 규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오르자 은행들의 이자수익도 크게 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1~3분기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조9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거리두기 해제에도 여전히 단축 영업

은행들은 이자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시간 단축한 영업시간을 복구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지난 2020년부터 간헐적으로 영업시간을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하다가, 2021년 7월부터 전국 단위로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확대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했지만, 은행권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은행 노사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 채 소비자 불편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하는 가운데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며 “빨리 노사 간 협의가 이뤄져 영업시간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 노사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앞서 별도의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영업시간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이르면 다음주 영업시간 논의 TF를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