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고액연봉으로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리던 시절도 이젠 옛말이 되고 말았다. 오랜 증시 불황과 거래대금 급감으로 증권사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리서치센터도 ‘찬밥’이 된 지 오래다.
A증권사 연구원은 “리서치센터는 대표적인 비수익 부서이고 직원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연봉삭감, 인원감축의 첫번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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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늘어났다. 애널리스트가 일을 그만두면,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유사 업종을 담당하는 다른 애널리스트가 대신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담당 산업이 오랜 업황 부진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 애널리스트는 또다른 업종을 맡는다.
B증권사 연구원은 “조선업종이 오랫동안 부진하면서 기계업종을 함께 보기도 한다”며 “일종의 박리다매로, 많은 업종을 커버해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이 늘어났다고 연봉을 얹어주는 것도 아니다. C증권사 센터장은 “자동차나 IT업종의 경우 장이 좋았을 때 경력 10년차 애널리스트가 2억~3억원,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4억~5억원 정도 받았다”며 “최근 시장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제외하면 20%내에서 임금 삭감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방을 통해 회사를 분석하는 것보다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주금액이 더 중요한 정보가 된 것이다. 특히 영업력이 중시되면서 소위 돈이 되는 업종에 대한 쏠림 혐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증권사별마다 차별성은 사라지고, 리포트의 질은 더 낮아졌다.
D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설명회 몇 곳을 챙기고 나면 솔직히 탐방을 갈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루 일과가 전화로 시작해서 전화로 끝나는 것 같다”며 “증권가 애널리스트가 분석가가 아닌 수치 전달자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