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를 리서치하다]'증권가의 꽃'이 시들고 있다

  • 등록 2013-09-10 오전 9:41:00

    수정 2013-09-10 오전 9:41: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어시스턴트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2~3년전만 해도 어시스턴트 1명 모집하면 100여명이 몰렸는데 요즘은 10여명 가량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

애널리스트가 고액연봉으로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리던 시절도 이젠 옛말이 되고 말았다. 오랜 증시 불황과 거래대금 급감으로 증권사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리서치센터도 ‘찬밥’이 된 지 오래다.

A증권사 연구원은 “리서치센터는 대표적인 비수익 부서이고 직원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연봉삭감, 인원감축의 첫번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등록되어 있는 애널리스트의 수는 13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444명에서 1년새 5% 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토러스증권의 경우 증권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년 27명에 달하던 애널리스트 인원이 현재는 8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늘어났다. 애널리스트가 일을 그만두면,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유사 업종을 담당하는 다른 애널리스트가 대신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담당 산업이 오랜 업황 부진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 애널리스트는 또다른 업종을 맡는다.

B증권사 연구원은 “조선업종이 오랫동안 부진하면서 기계업종을 함께 보기도 한다”며 “일종의 박리다매로, 많은 업종을 커버해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이 늘어났다고 연봉을 얹어주는 것도 아니다. C증권사 센터장은 “자동차나 IT업종의 경우 장이 좋았을 때 경력 10년차 애널리스트가 2억~3억원,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4억~5억원 정도 받았다”며 “최근 시장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제외하면 20%내에서 임금 삭감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주식시장의 단기변동성이 커지면서 펀드매니저들이 원하는 정보의 모습도 달라졌다. 당장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가 이들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도 점차 수치와 단기 이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탐방을 통해 회사를 분석하는 것보다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주금액이 더 중요한 정보가 된 것이다. 특히 영업력이 중시되면서 소위 돈이 되는 업종에 대한 쏠림 혐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증권사별마다 차별성은 사라지고, 리포트의 질은 더 낮아졌다.

D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설명회 몇 곳을 챙기고 나면 솔직히 탐방을 갈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루 일과가 전화로 시작해서 전화로 끝나는 것 같다”며 “증권가 애널리스트가 분석가가 아닌 수치 전달자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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