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먹세례가 쏟아졌다. 목을 맞고 안경을 쓴 채 눈을 맞았다. 떨어진 안경을 줍기 위해 쪼그려 앉자 고개는 뒤로 젖혀졌고, 맨 눈과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당했다. 괴한들은 고통 때문에 두 손으로 감싸쥔 정씨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차 코뼈도 주저앉게 만들었다. 당시에도, 보라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도 정씨는답답함을 풀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왜, 나를 이렇게 때렸을까.’
정씨가 갖고 있는 단서는 괴한들이 던진 몇마디의 말뿐이다. 당시 트레이닝복을 입은 건장한 2명은 폭행했고, 그 뒤에 양복을 입은 1명이 지시를 하면서 정씨에게 겁을 줬다. 정씨가 기억하는 ‘양복쟁이’의 말은 “겁이 없다. 뭘 믿고 그러냐. 조용히 살아라. 왜 그딴 글을 올리고 그러냐”였다. 30여분간의 폭행 끝에 “철수하자”고 말한 그는 정씨를 향해 “또 그러는지 지켜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병원으로 실려간 정씨는 눈 주위를 38바늘 꿰맸고 코뼈에 금이 가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22일 병실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정씨는 “글을 올렸다는 언급이나 조용히 살라고 한 말 등을 종합해 볼 때 우익단체 소속 회원들이 한 짓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도대체 어떤 글 때문에 나를 때렸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한 ‘4대강 살리기’ 사이트에 보수우익 단체들을 향해 댓글 형식으로 ‘철학이 부재한 너희에겐 미래가 없다. 책 좀 읽고 공부하라’는 내용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여러 곳에 가입하면서 정직하게 집 주소 등을 기재해 놓았다고 했다. 개인정보가 그렇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고, 괴한들이 처음 보는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주소와 이름을 물었다고 봤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괴한의 ‘테러’를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정씨는 “폭행한 괴한을 추적해야 할 경찰이 피해자가 요주의 대상이라는 엉뚱한 답을 해서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을 수 있느냐”며 “조만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침해받은 인권에 대한 사실을 규명하고 보상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들어 있다는 시위 관련 리스트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