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 美 은행권 스트레스 덜어줄까

19개 은행중 최소 7곳 자본확충 필요할 듯
JP모간 등 6곳은 `통과` 전망
불확실성 해소..정부 아닌 민간자본 유치 가능할 전망
BoA 등 경영진 경질 가능성도
  • 등록 2009-05-07 오전 10:05:17

    수정 2009-05-07 오전 10:06:10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정부 당국이 19개 대형 은행에 대해 실시했던 재무 건전성 테스트(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는 지금까지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먹구름이 걷히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를 포함한 최소 7개 은행들은 670억달러에서 많게는 720억달러 가량을 확충해야 할 전망이다. 반면 6개 은행은 자본 확충 요구없이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현지시간 7일 오후 5시 장 마감후 발표된다.

발표를 하루 앞두고 6일 뉴욕 증시는 금융주 급등에 힘입어 상승했다. 불확실성이 이제는 해소될 것이고, 외신들의 추정 보도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양호하다는 안도감에 의해서다. 앞서 19개 은행 가운데 처음엔 14개, 이어 10개 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숫자가 더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자본이 필요하다고 판명된 은행들도 더 이상 정부로부터 이유(乳) 당하는 꼴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 BoA, 340억달러 자본 확충 필요

테스트 결과 성적은 BoA가 가장 뒤쳐졌을 것으로 보인다. BoA는 340억달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 주주총회 때만 해도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추가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절대로 없다"고 강조했지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사퇴 압박은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BoA는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정부가 보유한 우선주 가운데 300억달러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매각 제한이 풀린 중국 건설은행 지분 매각(80억달러), 브라질 이타우 우니방코 등의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컬럼비아 자산 운용 사업부나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등도 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웰스파고 150억달러·씨티 50억~100억달러 필요

웰스파고 역시 BoA처럼 추가 자본 확충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딕 코바세비치 웰스파고 회장은 지난 3월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고, 웰스파고의 주주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주총에서 "웰스파고는 더 이상의 자본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웰스파고가 와코비아 인수 때 대대적인 자산상각을 했지만 대출 손실이 크기 때문에 안전판이 될 수 있는 현금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경우 50억~100억달러 가량이, GMAC은 115억달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전스 파이낸셜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도 일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도했고, 모간스탠리도 15억달러의 자본을 더 끌어와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자본 확충 요구없이 테스트를 통과하게 될 곳은 현재로선 6곳으로 추정된다.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메트라이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오브 뉴욕 멜론, 캐피탈 원 파이낸셜 등이다.  
 
◇ 불확실성 해소는 `호재`..굿-배드뱅크 `차별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은 대체로 우려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6일 일부 은행들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오른 것은 불확실성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으며, 테스트가 현재의 지불 능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Adverse scenario)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스트 결과 은행들이 얼마나 여분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지, 충분하지 않다면 얼마나 보충해야 될 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시장에 전달될 것이며, 이것이 은행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를 재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결국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이 서로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노력이란 것이다. 
 
또 테스트 결과의 중요성은 "모든 은행이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데 있다. 즉,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3.3% 증가율을 나타내고 실업률이 9%에 달하고, 주택 가격이 22%나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을 차별화하는 것이 테스트의 중요한 의미다.

록펠러 & Co.의 데이비드 해리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살아남는 은행들은 더 커지고 강해질 것이며, 재무 악화를 상쇄하기 위한 막대한 이익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티모시 가이트너 美 재무장관
WSJ은 테스트 결과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은행들도 정부 도움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본을 유치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오히려 은행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시장에도 상승 엔진을 달아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PBS 인터뷰에서 "19개 은행 모두 지불불능 상태가 아니며 정부 지원대신 민간에서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스트 결과는 용기를 북돋우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백악관이 테스트 결과를 놓고 일부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은행 경영진 경질을 요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BoA와 씨티 등 일부 은행들은 자산을 파는 과정에서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고, 일부는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테스트 기준이 됐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지적도 물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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