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낙관론에 월가 `갸우뚱`

1분기에도 적자 행진 지속 전망
부실자산 규모 커 다른 은행들보다 위험
  • 등록 2009-03-11 오전 10:09:15

    수정 2009-03-11 오전 10:11:42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씨티그룹의 비크램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의 낙관적 전망에 대해 월가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경영전문지 포천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팬디트는 지난 9일 저녁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씨티그룹이 올해 1~2월에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1분기에 예상되는 이익 규모를 밝히지만, "조만간 지속적인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비크램 팬디트 씨티그룹 CEO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에서 씨티그룹 주가는 27% 급등했다.

그러나 월가는 팬디트의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포천은 전했다.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씨티그룹이 1분기에 주당순손실 17센트를 기록하고, 올해 전체로는 주당순손실이 74센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씨티그룹을 비롯한 은행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 대출 관련 손실과 신용카드 체납 등으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기라는 설명이다.

베트시 그라섹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씨티그룹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서브프라임 대출, 자산담보부증권(CDO),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증권(MBS) 등 위험한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은 이연세금자산(DTA)을 현금화함으로써 부실 자산으로 인한 위험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다. TDA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 씨티그룹 실적 추이(단위=억달러)
리차드 램스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최근 2개 분기 동안 손실을 기록한 반면 씨티그룹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며 "이는 DTA 관련 리스크를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씨티그룹이 지금의 위기를 잘 견뎌내 경기후퇴에서 생존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얼마나 더 많은 구제금융이 투입돼야 하는 지는 불분명하다고 포천은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450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세무사 리 셰퍼드는 "아마도 씨티그룹은 의회가 손실을 보전해주고 신용을 보장해줄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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